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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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기(8)

    참으로, 정말로 오랫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다. 여러 가지로 여유가 없었는데, 지금부터 그 여유가 없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에 대해 쓰려고 한다. 제목이 여전히 결혼기(結婚記)여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대로 쓰려고 한다. 하도 오랫만에 시리즈를 이어가니 TV 시리즈 같은데서 흔히 하는 대로 지난 줄거리, 뭐 그런 비슷한 것을 앞에 좀 써야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간단히 요약하면 필자와 Y가 아이를 가지기로 했고 결국 그에 성공하여 아빠와 엄마가 될 예정이었다는데 까지이다.   임신 기간 내내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Y에게 했던 얘기가 ‘좋겠다. 의사가 옆에 있으니 무슨 걱정이냐’하는 것이었는데, 불행히도 필자는 산부인과에 그다지 자신이 없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의과 대학생 시절부터 죽 이어져 오는 상황인지라, ‘어떻게 의사가 아는 게 하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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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끈다랑쉬오름’에서

    필자가 한달 동안 제주도에 파견 근무를 가게 되었다는 데 대한 주위의 반응은 두 가지였는데, 한가지는 일부 소수 의견으로, 참 여기 저기 많이도 돌아다니네, 역마살이 끼었나, 고생되겠다 하는 것이었고,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햐, 좋겠다 하는 것이었다. 진실은 항상 두 극단 사이의 어딘가에 있기 마련이다. 필자가 그저 제주도에서 무위도식하면서 한달 동안 논다면야 그 이상의 환상적인 상황이 없겠지만 불행히도 그건 전혀 아니었고 병원에서 일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사우디에 돈벌러 가는 것과 비슷하지 않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물론 Y가 같이 간다는 차이점은 있었다. (나머지 상황은 다소 비슷하다고 볼 수도…) 그렇지만 서울을 떠날 때의 필자의 기분은 비교적 가벼운 것이었는데, 그것은 2월말에 이유 없이 뻑뻑한 스케쥴에 지친 나머지 제주도에 가서 어찌되건 그건 나중 문제이고 일단 떠나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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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기(7)

    결혼기 (結婚記) (7) 필자는 뭐든지 깜박깜박 까먹는 일이 많은 사람이다. 이로 인해 곤경에 처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더욱 안 좋은 것은, 사람들이 필자를 처음 보면 무척 꼼꼼하고 깔끔하며 빈틈없는 성격의 소유자라는 인상을 받는 모양이어서 본의 아니게도 배신감을 안겨주게 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의사로서는 별로 바람직한 성격이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정신 건강에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굳이 이것을 무슨 수를 써서든 고쳐야겠다던가 하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실상 성격이란 것이 어디 고쳐지는 것이던가.) 필자의 깜박증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유래를 찾자면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 숙제, 준비물 등 까먹고 안 해오고 안 가져오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날 아침에 발견하기도 하고 그 시간이 되어 숙제 검사 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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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기(6)

    부부가 살아가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듣노라면 서로 싸우게 되는 이유도 정말 다양하지만, 개중에는 참으로 사소해 보이는 이유들로서 등장하는 몇 가지 단골 레파토리들이 있다. 치약을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짜느냐 중간을 푹 눌러서 볼품없이 만들어 놓느냐 라든지(영화 ‘결혼 이야기’에도 나오는 장면이다), 결혼 기념일을 까먹었느니 어쨌느니(사소한 게 아니라고요?) 하는 것들이다. 심지어는 — 믿거나 말거나지만 — 기차에서 창가 자리에 앉게 해주지 않는다고 이혼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참, 이건 실화가 아니고 소설에 나오는 얘긴가?) 이런 사소한 분쟁거리들 중에 또 한 자리 차지하는 것이 TV의 채널 결정권인 모양이다. 여자는 드라마, 남자는 스포츠 중계를 보겠다고 리모콘 쟁탈전을 벌이는 것이 전형적인 유형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다행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방송사에서 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짜니 두 가지가 겹치는 일이 많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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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기(5)

    결혼과 직업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부부가 비슷한, 또는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것일까? 아니면, 서로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편이 좋을까? 또는, ‘아녀자는 남자가 바깥에서 하는 일 알 필요 없는’ 것일까? 필자가 접하는 주변 사람들은 의사인 필자와 역사학도인 필자의 아내 Y가 하는 일이 무척이나 다르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세상에 억지로 끼워 붙이면 서로 연관이 없는 일이 어디 있으랴만 의학과 역사학은 관계가 있다면 무척이나 깊은 관계이고 또 전혀 상관없다고 우긴다고 해도 사실 별로 반박할 말도 없다. 그건 ‘의학’이라는 말과 ‘역사’라는 말을 해석하기 나름일 것이다. 의학과 역사학간의 학문적인 상호 관련성과 같은 엄청난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 두 사람이 ‘놀던 물’ – 혹시 이 표현이 좀 천박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