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My story

    결혼기(9)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는 수많은 선배 부모들이 수도 없이 언급을 했었던 것이고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육아기가 인구에 회자된다. 기상천외하고도 기구한 스토리들도 많다. 필자가 여기에 또 하나를 보태려고 하는 것은 필자의 육아 스토리가 뭐 특별하고 기발한 것이어서는 아니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시답지 않은 얘기들 가지고 주절주절 적지 아니한 분량의 글을 엮어 온 판에, 애 키우는 것이 이제 막 시작이기는 하지만 인생에 있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큰 일임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드니 어찌 아니 글로 쓰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우선 한가지 먼저 얘기해 놓을 것은 이제 백일이 지나 4개월이 된 필자의 아기 JY(전편에서 아기의 이니셜이 의도했던 바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연히도 필자의 J와 필자의 아내 이름의 이니셜 Y를 하나씩 가지게 되었다고 얘기했었다.)는…

  • Life,  My story

    결혼기(8)

    참으로, 정말로 오랫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다. 여러 가지로 여유가 없었는데, 지금부터 그 여유가 없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에 대해 쓰려고 한다. 제목이 여전히 결혼기(結婚記)여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대로 쓰려고 한다. 하도 오랫만에 시리즈를 이어가니 TV 시리즈 같은데서 흔히 하는 대로 지난 줄거리, 뭐 그런 비슷한 것을 앞에 좀 써야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간단히 요약하면 필자와 Y가 아이를 가지기로 했고 결국 그에 성공하여 아빠와 엄마가 될 예정이었다는데 까지이다.   임신 기간 내내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Y에게 했던 얘기가 ‘좋겠다. 의사가 옆에 있으니 무슨 걱정이냐’하는 것이었는데, 불행히도 필자는 산부인과에 그다지 자신이 없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의과 대학생 시절부터 죽 이어져 오는 상황인지라, ‘어떻게 의사가 아는 게 하나도…

  • Health & Medicine

    식도하부괄약근에 대한 고찰

    의사들이란 족속 중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대인관계에 있어서 폭이 좁은 경우가 많아서 주로 접촉하는 사람은 (환자들을 제외한다면) 같은 동료 의사 내지는 의료 관계 종사자들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의사 내지는 그 비슷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 아닌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는 화제의 빈곤을 경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글쎄, 필자의 경우를 너무 확대하여 의사들 전체를 깎아 내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필자 역시 비록 발이 특별히 넓은 사람도 아니고 사교적인 사람도 아니라 일부러 그런 경우를 만드는 경우는 좀처럼 없지만, 혹시나 그런 경우가 생기면 비의료인들이 의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탐지해보려고 속으로 애쓰는 편이다. 많지 않은 기회나마 의사의 실상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접해서 얘기를 들어보면 의사라는 집단의 속성에 대해 잘 모르는…

  • Health & Medicine

    나는 개구멍을 애용한다

    세상에는 일하는데 비해 돈 많이 버는 직업이 있고 일은 죽어라고 하면서도 별로 대접 못 받는 직업도 있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벌고 적게 벌고를 떠나서 일 자체만 놓고 본다면 어떨까?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는 말은 믿을 만한 말이다. 자기가 의사라고 의사라는 직업이 엄청 힘들고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는 직업이라고 주장해 봤댔자 의사들 끼리야 그래그래 맞다맞다할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도 과연 그렇게 생각해 줄지? 세상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피곤하고 스트레스 먹어가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남 힘들다 하는 것은 코웃음치기 마련이다. 남의 다리 부러진 것보다 내 발바닥 티눈이 더 아프다! 사람들이 자기 생각밖에 못하는 것은 틀린 얘기가 아니지만 세상 살기 힘들다는 얘기도 맞는 얘기다. 대한민국 밖에서는 살아본 적이 없어서 다른…

  • Life,  My story

    ‘아끈다랑쉬오름’에서

    필자가 한달 동안 제주도에 파견 근무를 가게 되었다는 데 대한 주위의 반응은 두 가지였는데, 한가지는 일부 소수 의견으로, 참 여기 저기 많이도 돌아다니네, 역마살이 끼었나, 고생되겠다 하는 것이었고,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햐, 좋겠다 하는 것이었다. 진실은 항상 두 극단 사이의 어딘가에 있기 마련이다. 필자가 그저 제주도에서 무위도식하면서 한달 동안 논다면야 그 이상의 환상적인 상황이 없겠지만 불행히도 그건 전혀 아니었고 병원에서 일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사우디에 돈벌러 가는 것과 비슷하지 않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물론 Y가 같이 간다는 차이점은 있었다. (나머지 상황은 다소 비슷하다고 볼 수도…) 그렇지만 서울을 떠날 때의 필자의 기분은 비교적 가벼운 것이었는데, 그것은 2월말에 이유 없이 뻑뻑한 스케쥴에 지친 나머지 제주도에 가서 어찌되건 그건 나중 문제이고 일단 떠나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