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하부괄약근에 대한 고찰

의사들이란 족속 중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대인관계에 있어서 폭이 좁은 경우가 많아서 주로 접촉하는 사람은 (환자들을 제외한다면) 같은 동료 의사 내지는 의료 관계 종사자들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의사 내지는 그 비슷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 아닌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는 화제의 빈곤을 경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글쎄, 필자의 경우를 너무 확대하여 의사들 전체를 깎아 내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필자 역시 비록 발이 특별히 넓은 사람도 아니고 사교적인 사람도 아니라 일부러 그런 경우를 만드는 경우는 좀처럼 없지만, 혹시나 그런 경우가 생기면 비의료인들이 의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탐지해보려고 속으로 애쓰는 편이다. 많지 않은 기회나마 의사의 실상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는

나는 개구멍을 애용한다

세상에는 일하는데 비해 돈 많이 버는 직업이 있고 일은 죽어라고 하면서도 별로 대접 못 받는 직업도 있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벌고 적게 벌고를 떠나서 일 자체만 놓고 본다면 어떨까?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는 말은 믿을 만한 말이다. 자기가 의사라고 의사라는 직업이 엄청 힘들고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는 직업이라고 주장해 봤댔자 의사들 끼리야 그래그래 맞다맞다할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도 과연 그렇게 생각해 줄지? 세상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피곤하고 스트레스 먹어가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남 힘들다 하는 것은 코웃음치기 마련이다. 남의 다리 부러진 것보다 내 발바닥 티눈이 더 아프다! 사람들이 자기 생각밖에 못하는 것은 틀린 얘기가 아니지만 세상 살기

‘아끈다랑쉬오름’에서

필자가 한달 동안 제주도에 파견 근무를 가게 되었다는 데 대한 주위의 반응은 두 가지였는데, 한가지는 일부 소수 의견으로, 참 여기 저기 많이도 돌아다니네, 역마살이 끼었나, 고생되겠다 하는 것이었고,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햐, 좋겠다 하는 것이었다. 진실은 항상 두 극단 사이의 어딘가에 있기 마련이다. 필자가 그저 제주도에서 무위도식하면서 한달 동안 논다면야 그 이상의 환상적인 상황이 없겠지만 불행히도 그건 전혀 아니었고 병원에서 일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사우디에 돈벌러 가는 것과 비슷하지 않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물론 Y가 같이 간다는 차이점은 있었다. (나머지 상황은 다소 비슷하다고 볼 수도…) 그렇지만 서울을 떠날 때의 필자의 기분은 비교적 가벼운 것이었는데, 그것은 2월말에 이유 없이 뻑뻑한 스케쥴에

결혼기(7)

결혼기 (結婚記) (7) 필자는 뭐든지 깜박깜박 까먹는 일이 많은 사람이다. 이로 인해 곤경에 처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더욱 안 좋은 것은, 사람들이 필자를 처음 보면 무척 꼼꼼하고 깔끔하며 빈틈없는 성격의 소유자라는 인상을 받는 모양이어서 본의 아니게도 배신감을 안겨주게 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의사로서는 별로 바람직한 성격이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정신 건강에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굳이 이것을 무슨 수를 써서든 고쳐야겠다던가 하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실상 성격이란 것이 어디 고쳐지는 것이던가.) 필자의 깜박증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유래를 찾자면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 숙제, 준비물 등 까먹고 안 해오고 안 가져오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날

결혼기(6)

부부가 살아가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듣노라면 서로 싸우게 되는 이유도 정말 다양하지만, 개중에는 참으로 사소해 보이는 이유들로서 등장하는 몇 가지 단골 레파토리들이 있다. 치약을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짜느냐 중간을 푹 눌러서 볼품없이 만들어 놓느냐 라든지(영화 ‘결혼 이야기’에도 나오는 장면이다), 결혼 기념일을 까먹었느니 어쨌느니(사소한 게 아니라고요?) 하는 것들이다. 심지어는 — 믿거나 말거나지만 — 기차에서 창가 자리에 앉게 해주지 않는다고 이혼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참, 이건 실화가 아니고 소설에 나오는 얘긴가?) 이런 사소한 분쟁거리들 중에 또 한 자리 차지하는 것이 TV의 채널 결정권인 모양이다. 여자는 드라마, 남자는 스포츠 중계를 보겠다고 리모콘 쟁탈전을 벌이는 것이 전형적인 유형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다행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방송사에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