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alth & Medicine

    거리의 난폭자들

    필자가 미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필자가 매일 다니는 길 중 고속도로에서 일반도로로 빠져나가는 진입로가 있었는데 차선이 둘이었다. 헌데, 어느 날 한쪽 차선에는 차가 죽 밀려 있는데, 다른 한쪽은 텅텅 비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럴 경우 대개 무슨 이유가 있기 마련이지만, 마침 시간이 조금 급하였던 필자는 줄을 빠져나와 앞으로 내달리는 차를 따라 별 생각 없이 빈 차선으로 빠져나왔다. 역시나 알고 보니 공사가 벌어지고 있어 막힌 차선이었고, 이제 앞쪽에서 다시 원래 차선으로 끼여들어야 할 판이었다. 헌데, 필자의 앞에서 새치기(?)를 시도하던 이 차가 갑자기 끽-하고 서더니만 한 백인 중년 남자가 내려서 내 차로 오는 것이 아닌가. 그는 너 이러면 안 된다, 당장 차 빼라, 하면서 얼굴 시뻘개져 가면서 열을 올리는…

  • Health & Medicine

    It takes a village! (한 마을 전체가 필요해!)

    필자는 B형 간염 환자에 대한 차별 문제를 얘기한 지난 컬럼에서 간질과 당뇨병을 비교한 적이 있다. 간질은 대부분의 경우 (예외는 있지만) 먹는 약으로 잘 조절이 되어 다시는 경련 발작을 일으키지 않는 데 반해, 당뇨병은 많은 경우에서 먹는 약 뿐 아니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만 한다. 매일같이, 때로는 아침저녁으로 주사기로 살을 찔러대고 게다가 혈당 측정을 위해 또 별도로 손끝을 찔러 피를 뽑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간질 환자는 먹고 싶은 것 가릴 이유가 별로 없지만, 당뇨병 환자는 먹고 싶은 대로 먹을 수가 없다. 이는 정말 대단한 불편이다. 간질로는 영구적인 장애를 남기거나 사망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당뇨병으로는 눈이 멀기도 하고, 콩팥이 망가져 투석을 해야 할 수도 있고, 발이 썩어들어갈 수도 있고 기타 여러 가지…

  • Health & Medicine

    월드컵은 당신의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밤 늦은 시각, 온 아파트에 대낮같이 환히 불이 켜져 있는데, 길거리에는 인적이 드물다. 느닷없이 와!하는 우레같은 함성이 온 아파트 단지를 뒤흔든다. 이게 무슨 광경일까. 그다지 낯설지 않은 모습일 것이다. 큰 스포츠 경기가 있을 때면 벌어지는 광경이다. 필자는 실은 스포츠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이고, 고등학교 때 모교 야구팀을 응원하러 간 이후로는 일부러 시간 내어 스포츠 경기를 보러 갔던 기억이라곤 전무하고, TV로도 스포츠는 좀처럼 보지 않는 편이다. 필자의 친구들은 박찬호가 출전하는 경기 시청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필자의 애국심(?)에 의혹을 품는 것 같았다. 하지만, 큰 국제 경기가 있다면 전혀 무관심할 수만은 없다. 월드컵은 어떤가? 필자가 미국에 있는지라 시청하기는 무척 곤란하겠지만 말이다. 워낙에 무딘 운동 신경을 타고난 필자는 특히 축구에 관해서는 거의 최악의…

  • Life,  Music

    그대 미친 다이어몬드, 빛나라! Pink Floyd – ‘Wish You Were Here’ (1975)

    Roger Waters, vocals, bass David Gilmour, vocals, guitar Richard Wright, keyboard, vocals Nick Mason, drums https://youtu.be/tiF-q2h7tSA Pink Floyd – Wish You Were Here – Pulse Live Pink Floyd (이하 PF)의 화려한 후기 discography 중에서도 누구나 불후의 명반으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을 ‘Dark Side of the Moon’ (1973)과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둔 문제작 ‘The Wall’ (1979)이라는 거대한 두 봉우리 사이에는 바로 이 ‘Wish You Were Here’라는 보석같이 빛나는 또 하나의 명반이 자리한다. 적지 않은 PF 광들은 이들의 후기 작품들 중 ‘Wish You Were Here’야 말로 진정 이들의 진수를 보여주는 명반으로 높히 추켜올린다. 왜 그럴까? PF의 주도권을 완전 장악한 Roger Waters의 촌철살인의 가사들은 여전하고, 완벽한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Richard Wright의 건반, ‘절대로…

  • Life,  Music

    Rock’n’roll ain’t noise pollution: AC/DC – ‘Back in Black’ (1980)

    Angus Young, guitar Malcolm Young, guitar Brian Johnson, vocal Cliff Williams, bass Phil Rudd, drums   필자는 미식가라고 할 수 없음은 물론이요, 그다지 예민한 미각을 가졌다고도 할 수없는 처지이지만, 와인 애호가들은 원산지에 따라서, 연도에 따라서 그 맛을 갈래갈래찢어서 묘사하고 구별해내곤 한다. 음식이 상했는지 어떤지도 잘 모르는 형편없는미각의 소유자인 필자로서는 감히 꿈꿀 수도 없는 경지일 것이다. 그러나, 이십 여년간의 오랜(?) 락음악 청취 경험을 통해, 귀도 그다지 날카롭다고도 하기 힘든 필자이지만 드디어 British rock과 American rock이 어떻게 맛이 다른가 하는정도는 무어라 무어라 지껄일 정도의 알량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자부하는 바, 그 소위’경지’라고 하는 것의 가소로움에 대해 고수님들이 그저 그러려니 양해해주신다면, 오늘은 이 호주산 락음악의 색다른 맛에 대해 몇마디 해보고자 한다. 60년대 말에서 70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