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n’roll ain’t noise pollution: AC/DC – ‘Back in Black’ (1980)

Angus Young, guitar
Malcolm Young, guitar
Brian Johnson, vocal
Cliff Williams, bass
Phil Rudd, drums

 

필자는 미식가라고 할 수 없음은 물론이요, 그다지 예민한 미각을 가졌다고도 할 수없는 처지이지만, 와인 애호가들은 원산지에 따라서, 연도에 따라서 그 맛을 갈래갈래찢어서 묘사하고 구별해내곤 한다. 음식이 상했는지 어떤지도 잘 모르는 형편없는미각의 소유자인 필자로서는 감히 꿈꿀 수도 없는 경지일 것이다. 그러나, 이십 여년간의 오랜(?) 락음악 청취 경험을 통해, 귀도 그다지 날카롭다고도 하기 힘든 필자이지만 드디어 British rock과 American rock이 어떻게 맛이 다른가 하는정도는 무어라 무어라 지껄일 정도의 알량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자부하는 바, 그 소위’경지’라고 하는 것의 가소로움에 대해 고수님들이 그저 그러려니 양해해주신다면, 오늘은 이 호주산 락음악의 색다른 맛에 대해 몇마디 해보고자 한다.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에 이르는 소위 ‘락의 황금기’에 락 음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하게 발전해나갔고, 그 극치를 달리는 아트락 그룹들의 음악의 복잡성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 하늘을 찌를 듯했던 기세는 80년대가 가까와지면서 허무할정도로 간단히 사그러져 버린다. 거의 유치찬란하달 정도로 간단한, 소위 ‘쓰리코드’펑크 락이 치밀어 오르며 ‘야, 니들만 락하니? 손꾸락 운동 좀 잘 한다고 재는 놈들아, 나도 락 할 줄 안다!’며 악악대기 시작하고, 강호에는 그 모든 것을 다 집어삼킬 정도로 거센 디스코의 열풍이 몰아쳐댔다.

그 엄청났던 디스코의 열풍마저 언제 그랬냐는 듯 갑자기 사그러들은 1980년대, 락은 어느덧 그 전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띄고 있었다. 70년대 말 – 80년대를 주름잡은 주요 락 밴드의하나로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하는 AC/DC는 그 새로운 모습 중의 한 갈래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음악은 무엇보다도, ‘단.무.지’라는 한마디로 쉽게 정의될 수 있다고 본다. 단순하고 무식(?)하고 그리고… 지X이다. 뭐, 점잖고 그럴 듯한 꼬부랑 말로 하면 minimalistic, primitive, and powerful… 정도 되겠다. 이것이 과연 호주산 락의 전형적인 특징이라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필자의 지식의 한계로 인해,이 AC/DC와 견줄만한 호주산 락 밴드가 머리에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Men at
Work?그들은 80년대 초 기껏해야 몇년 활동하며 두어 개의 히트곡을 남긴 정도다. Air Supply? 듣기 편안한 발라드 풍의 음악들을 하는 이들은 주소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 1975년 결성되어 사반세기를 넘어 21세기에 들어서까지 초지일관 단무지 락큰롤 하나로 밀어붙히고 있는 이 ‘헤비메틀 버젼 롤링 스톤스’에 견줄 호주산 락 밴드가 도대체 있기는 한 것인가?

필자의 견해로는 이들은 참으로 롤링 스톤스의 헤비메틀 버젼이라고 할 만하다. 짧지않은 세월을 큰 음악적인 변화 없이 초지일관하며 한우물을 파는 ‘장수만세’형 biography도 그러하고, ‘악동’ 내지는 ‘말썽꾸러기’의 이미지를 견지하는 것도 그러하다. 이 ‘Back in Black’ 직전까지 보컬리스트로 활동하였던 Bon Scott는 알콜때문에 세상을 하직하였으며, 리드 기타리스트인 Angus Young은 머리에는 뿔을 달고, 반바지 교복 차림의 불량학생 캐릭터로 변신하여 무대를 휘젓는다. 새로운 보컬리스트 Brian Johnson은 그의 전임자에 결코 못지 않은 칼칼한 목소리로 ‘돼지멱따기’와 ‘노래하기’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

헌데, 흥미로운 것은 이 단순하기 짝이 없는 ‘bare-bone’ 락큰롤이 ‘먹혔다’는 것이다. 아마도 사람들이 이제 더 이상 복잡한 음악을 듣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 단순하고 직설적이면서 힘찬, 그들 나름의 락큰롤 미학이 절정에 달했다고 할 수 있는 그들의 대표 앨범이 바로 이 ‘Back in Black’이다. 그들의 앨범은 대개 어느 수준 이상이고, 최소한 한두곡은 건질만 하기는 해도 특별히 인상적이지 않은 그저 ‘그렇고 그런’ 앨범들도 많다고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필자는 그중 극히 일부만을 들어보았을 뿐이다.) 이 ‘Back in Black’만큼은 그래도 락의 역사의 한 이정표가 된 명반이라 할만 하다는 것이 많은 평론가들의 의견인 듯 하다.

심각한 종소리로 시작하면서 불귀의 객이 된 전임 보컬리스트 Bon Scott를 추모하는 듯한 분위기를 잡는…. 착각을 잠시 일으키지만, 그건 잠시, 앨범 껍데기가 시꺼멓다는 것을 빼면 경건한 분위기는 눈씻고 찾아도 없다. 타이틀 곡을 비롯하여, ‘Hell bells’, ‘Given the dog a bone’ ‘Shake a leg’,’Rock’n’roll ain’t noise pollution’ 등, 이 앨범의 곡들은 거의 대부분 지금까지도 FM 전파를 타는 ‘어디선가 많이 들은 듯한’ 곡들이다. 특히 ‘You shook me all night long’은 그들의 18번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귀에 쏙 들어오는 신나는 락큰롤이다.

필자는 이들의 음악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궁금하면 그저 들어보시기 바란다. 어느 누구라도 단숨에 이들의 음악을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다. 거기에 맞춰 몸을 들썩거릴 수도 있고, ‘아이구,시끄러!’ 하면서 비명을 지를 수도 있긴 하겠지만, 그들의 음악은 그저 듣자마자 이해가 갈 것이다. 심각한 건 싫지만 뭔가 신나게 때려부셔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면 이 ‘Back in Black’은 딱일 것이다.

그들의 음악은 그저 소음공해일 뿐인가? 그런 의문을 (실은 당연히 들게 되는 의문인듯 싶다.) 가질 청자(聽者)들을 위해 AC/DC는 마지막 곡을 마련해 두었다. ‘락큰롤은 소음 공해가 아니라니깐!’ (Rock’n’roll ain’t noise pollution.) 그럼 뭐냐고? 실은 물어 보는 게 잘못이다. 도대체 무슨 대답을 바라는가? AC/DC는 이 바보같은 질문에 똑같이 바보같은 답을 외치면서 이 앨범을 마무리 짓는다. ‘Rock’n’roll~~~~ is just rock’n’roll!’ 음, 그래 맞다, 맞어. 내가 졌다.

3/21/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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