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기타: Stanley Jordan – ‘Magic Touch’ (1985)

Stanley Jordan: Guitar
Bugsy Moore: Percussion
Wayne Brathwaite, Charnett Moffett: Bass
Omar Hakim, Peter Erskine: Drums
Onaje Allan Gumbs: Keyboards
Sammy Figueroa: Percussion

Live in Barcelona Guitar Festival (1992), ‘Fundance’
기립박수를 부르는 경이로운 테크닉의 연주!

세살 먹은 어린애도 아는 세계적인 마술사 데이빗 코퍼필드는 자유의 여신상을 사라지게 한다던지, 비행기를 (장난감 비행기 말고, 진짜 비행기!) 사라지게 한다던지, 만리장성을 뚫고 나간다던지 하는 거의 믿을 수 없는 마술들을 선보인 바 있다. 그의 이런 초대형 마술들은 일단 듣기에 거의 ‘황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의심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품을 수 있는 의문을 잠재우기 위해서 TV 중계 시작 전에 반드시 ‘이 마술은 관중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실황 중계되고 있으며 카메라 트릭과 같은 것은 절대 없다’느니 하는 말 등으로 큰소리를 뻥뻥 쳐 놓는다.

기타 연주법 상의 혁명을 일으켰다고 칭송받는 명연주가 Stanley Jordan의 데뷔 앨범 제목은 ‘Magic Touch’. 앨범 속지의 해설도 마술사들이 하는 수작과 정확히 똑같은 문구로 시작을 한다. ‘이 앨범에서 기타리스트는 오직 한명이고 기타 사운드는 실시간으로 녹음 되었으며 오버 더빙과 같은 것은 전혀 하지 않았다’ 는 내용이다. 그는 과연 무슨 마술을 부릴 것인가?

마술이란 것은 기본적으로는 ‘눈속임’이다. 얼마나 멋지고 교묘하게 속여 넘기느냐에 사람들은 감탄한다. 하지만 스탠리 조던이 한 것은 ‘눈속임’은 절대 아니다. 정확하게는 마술이라기 보다는 거의 믿기지 않을 정도의, 그래서 마치 마술처럼 보이는 엄청난 ‘묘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금세기 최고의 기타리스트였던 세고비아는 연주가 뿐 아니라 위대한 편곡자이기도 했다. 그는 바하의 첼로 독주곡 등의 다성 음악을 기타로 훌륭하게 편곡해 내었고 그의 레파토리들은 거의 처음부터 기타를 위해 작곡된 곡처럼 아름다왔다. 그는 그저 통상적인 연주법으로 연주했지만, 절묘한 편곡으로 대위법적으로 움직이는 두개, 때로는 세개의 선율을 완벽히 표현해 내었던 것이다. 그의 노력으로 클래식 기타는 진정한 독주 악기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전기 기타라는 악기는 그렇지 못했다. 기본적으로는 앙상블을 위한, 다른 악기의 도움을 받아야 솔로를 할 수 있는, 그런 악기였다.

기타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왼손으로는 현을 눌러서 지판에 박힌 프렛(fret)에 닿게 하면서 오른손으로는 손톱 또는 피크 (또는 정확히는 plectrum)로 줄을 퉁겨서 소리를 내는 악기이다. 여기 스탠리 조던이 전기 기타를 완벽한 ‘독주’ 악기로 만든 방법은 이 상식을 거부하고 기타라는 악기의 연주 방식을 ‘재정의’하는 것이었다. 그는 양손을 모두 사용하여 각각 기타 줄을 눌러 (실은 누른다기보다는 가볍게 때려서) 프렛에 닿게 하여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연주를 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서 한 음을 내는데 한손이면 충분했으며, 양손을 이용하여 둘 이상의 선율을 동시에 연주할 수 있었다. 그는 이 연주법을 two-handed tapping techinque, 또는 간단히 touch technique이라고 불렀다.

앨범 속지의 해설에 따르면 그의 연주는 ‘머리로 물구나무를 서서 8개의 횃불을 가지고 저글링 (juggling)을 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들어보면 그의 테크닉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이는 그의 연주가 한사람의 기타리스트가 한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을 것이다. 반주와 멜로디를 완벽하게 동시에 소화해 내는 것을 들으면 그가 연주하는 것이 과연 기타가 맞는가 하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다. 비틀즈, 마일즈 데이비스, 델로니우스 몽크, 마이클 잭슨 등의 곡을 리바이벌 한 곡들 외에도 그의 오리지널 레파토리로 잔잔한 아르페지오 반주와 감정 풍부한 멜로디를 동시에 연주해 내는 ‘All My Children’과 같은 곡도 있다. 역시 그의 자작곡인 ‘Fundance’에서 저절로 발장단을 치게 할 정도의 스윙감을 가진 베이스 라인과 그 스윙 리듬을 완벽하게 타는 멜로디를 동시에 연주하내는 것을 들으면 탄성을 내지 않을 수 없다. 허걱~. 속된 말로 ‘뻑 간다’고 해줄까?

이런 양손 주법은 그만이 했던 것은 아니다. 일전에 리뷰했던 Van Halen의 기타리스트 Edward Van Halen과 같은 기타리스트도 양손 주법을 구사하였다. 그러나 그저 통상적인 연주 사이 사이에 잠깐씩 했던 것이지, 스탠리 조던 처럼 완벽한 독주 악기로 전기 기타를 재정의하는 경지에 이른 사람은 전무후무하다.

그의 연주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신은 공평하다고 했던가, 그는 그 경이로운 테크닉에도 불구하고 음악적으로는 확실한 자신의 색깔을 가지지 못하고 여기 저기로 헤메는 모습을 보였다. 굳이 분류하자면 퓨젼 재즈 계열이라 할 수 있겠고, 실제로 재즈적인 연주에 탁월했다. 다른 아티스트들의 곡의 리바이벌을 많이 했고, 심지어 ‘볼레로’와 같은 클래식 곡에 도전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안타깝게도 음악적으로는 ‘별로’여서 진정한 대가의 칭호를 받기에는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감탄스럽지만 감동을 주지는 못하는’ 아티스트라고 할까. 하지만, 그의 묘기에 가까운, 그래서 마술과도 같은 경이로운 연주를 생각한다면 너무 폄하하는 것은 부당할 것이다. 그의 마술의 터치를 느껴보는 것은 분명 즐거운 경험이다.

2001.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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