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세출의 락트리오, Cream – Wheels of Fire (1968)

album cover 발표 연도: 1968
Eric Clapton: Guitar, Vocals
Felix Pappalardi: Organ, Trumpet, Viola, Swiss Hand Bells
Ginger Baker: Drums, Vocals, Marimbas, Tambourine, Glockenspiel, Tympani, Hi Hat, Tubular Bells
Jack Bruce; Bass, acoustic guitar, Keyboards, Vocals, Harmonica, Cello, Calliope

Cream – Crossroads (2005) Live At Royal Albert Hall
(아… 아냐아냐! 이거 아냐! 할아버지들 셋이 모여서는 경로당 고스톱 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그 연세에 참 잘들 하시지만서두… 그 옛날 그 시절의 그 패기는 다 어디로 가고…)

ㅠㅠ….

(그래, 이거지! 바로 이거! 그들이 20대였던 그 시절… 근데 20대들 치고는 얼굴이 좀 많이 삭은 듯… ;;;)

세기의 기타 듀오 죤 윌리엄스와 쥴리언 브림을 놓고 어느 평론가는 이렇게 읊었다.

‘루빈스타인과 호프만이 두대의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은 것을 본 일이 있는가? 밀스타인과 하이페츠가 두대의 바이올린을 같이 든 적이 있는가? …(중략)… 그들의 연주 실력은 그 대가들에 필적하는 것이다.’

Cream의 앨범에 대해서 리뷰를 하려니, 필자가 불행히 클래식에 (다소) 무식하여 그 대연주가들이 어디서 이름은 참 많이 들어 본 듯도 하지만, 정말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 별로 감이 안오는 것이 문제이긴 한데… 그래도 그 문구를 빌려 시작하는 것이 매우 적절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루빈스타인과 로스트로포비치와 하이페츠가 한데 모여 삼중주를 한 일이 있는가? 크림의 세 사람, 에릭 클랩튼, 잭 브러스, 진져 베이커는 그 연주력에 있어 이 대가들에 비교하기에 충분한 사람들인 것이다.’ 아니, 좀 더 쉽게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조용필과 나훈아와 심수봉이 한 무대에 선 적이 있는가?’ 이렇게 말이다.

희대의 수퍼 트리오 크림은 1966년 부터 68년까지 2년 남짓 매우 짧은 활동기간에도 불구하고 락의 역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이렇게 초절정 고수들이 모인 것은 그 전으로도 후로도 참으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올드 락의 명반들을 리뷰하면서 그들을 빼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크림의 앨범을 딱 하나만 골라보라고 한다면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이들이 그러했듯이 이 ‘Wheels of Fire’를 고르긴 했지만, 실은 좀 불만스럽다.

1968년 발매된 이 더블 앨범은 첫장은 스튜디오, 둘째 장은 라이브의 ‘짬뽕’ 앨범인데, 실은 스튜디오 앨범으로서는 ‘Disraeli Gears’가 더 짜임새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 라이브로서는 해산 후에 나온 ‘Live Cream Vol 1’, ‘Vol 2’ 가 오히려 그들의 불꽃튀는 라이브를 잘 포착한 듯 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시원치 않다고 얘기하는 그들의 마지막 정규앨범 ‘Goodbye’도 거기에 들어 있는 라이브는 매우 훌륭하고 ‘Wheels of Fire’의 라이브보다 오히려 나은 듯한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어쩌랴, ‘White Room’ 같은 명곡도 버릴 수 없고, 그렇다고 라이브를 빼놓고 크림을 들었다고 한다면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기에, 딱 한장만 고른다면 할 수 없이 이 ‘Wheels of Fire’일 수 밖에 없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그들의 스튜디오 레코딩은 명곡에 반열에 오른 대단한 곡들과, 이런 엄청난 대가들이 어쩌다가 이렇게 죽을 쒔나 싶은 생각마저 드는 영 띨빵한 곡들이 마구 뒤섞여 있다. 이 ‘Wheels of Fire’의 첫번째 트랙 ‘White Room’은 그야말로 락 클래식이 되어버린 불후의 명곡이다. 에릭 클랩튼의 눈부신 솔로 연주는 와우 페달을 이용한 연주의 고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지겨우실지는 모르겠지만, 테크니컬한 각주를 달자면, 와우 페달은 페달을 밟아 기타의 톤을 조절하는 악세서리로 말 그대로 ‘와우 와우’ 하는 소리를 만들어 낸다. 이 ‘White Room’에서 클랩튼의 연주는 그가 얼마나 절묘한 리듬감을 가진 연주가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데, 한편에는 ‘Pressed Rat and Warthog’ (쥐포(?)와 흑멧돼지?) 같은 황당한 사이키델릭도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럴 싸한 곡들은 주로 잭브러스 작곡이고 좀 황당무계한 곡들은 진저 베이커의 솜씨다. 너무 약에 쩔어서 그 모양이 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자, 미련없이 두번째 디스크로 넘어가자. 크림은 라이브가 진짜다. 두번째 디스크의 첫 트랙 ‘Crossroads’는 필자가 너무나 좋아하는 곡이라 말도 안 될 정도로 칭찬을 하게 될 지 모르겠는데, 필자는 독자 여러분들이 지금 이 앨범에 수록된 ‘Crossroads’를 듣고 있다면, 락의 역사상 (최소한, 녹음된 것 중에는) 가장 뛰어난 기타 솔로 중의 하나를 듣고 있다는 점을 분명 알려 드리고 싶다. 에릭 클랩튼은 특히 솔로 시절에는 ‘slow hand’라는 별명에 걸맞게 느긋하면서도 원숙미가 줄줄 흐르는 블루스적인 연주를 들려주는데 크림 시절의 연주는 이와는 상당히 다르다. 블루스에 기본을 두면서도 꽤 공격적이고 거세게 몰아 붙이고 적당하고도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아름다운’ 디스토션이 걸린 그의 크림 시절의 연주는 브리티쉬 락에서 일렉트릭 기타의 매우 성공적인 한 전형을 제시하면서 일가를 이루었던 것이다. 이 ‘Crossroad’에서의 연주는 그의 젊은 패기와 힘 (당시 그의 나이 불과 23세!), 그리고 이미 절정에 오른 기량이 완벽하게 결합된, 혼신의 힘을 다한 신들린 명 연주인 것이다.

다음 곡 ‘Spoonful’에서 이들은 기나긴, 잼세션에 가까운 애들립을 들려주고 있는데, 음악적으로 그러하지는 않지만, 그 형식에서는 완전히 재즈적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처음 시작과 끝 부분에서 주제를 들려주면서 일정한 틀을 이루고 있으되, 그 사이에서는 세 멤버의 완전히 즉흥적인 연주로 채워져있다. 또 하나 특이한 사실은 누구 한 사람이 솔로를 하고 다른 사람들이 받쳐주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세명이 동시에 솔로 연주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크림 이전에는 그 누구도 이렇게 연주하려고 시도한 적도 없었고, 이렇게 각자 마구 뿜어대는 애들립이 오묘한 조화를 이룰 수 있을 정도로 절정의 기량을 가진 고수들이 모인 적도 없었기에 그 누구도 이렇게 연주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크림은 정말로 멋지게 해내고 있다. (하지만, 이 곡보다 사실 ‘Live Cream Vol. 1’의 ‘N.S.U.’ 또는 ‘Goodbye’ 앨범 중의 ‘I’m So Glad’가 진국이다.)

‘Train Time’은 잭브러스의 하모니커 연주와 노래로, 그가 뛰어난 감각의 뮤지션임은 분명히 알려주지만 다소 지루한 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Toad’에서는 ‘드럼의 마왕’이라는 진저 베이커의 전설적인 드럼 솔로가 등장한다. 그가 락의 역사상 최고의 드러머 중 하나라는 것은 그 누구도 쉽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는 여기의 드럼 솔로보다는 이후 Blind Faith 앨범에서의 드럼 솔로 연주를 더 좋아하므로 그 때를 위해 말을 좀 아낄까 한다.

크림의 음악들은 이후의 락 밴드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수도 없이 갈래를 치면서 다양하게 발전해 나간 락 음악의 흐름에 큰 분기점이었다. 그러나, 그런 저런 거창한 수식어 이전에, 그들의 음악은 지금 들어도 정말 멋지다! 필자는 운전을 하면서 이곳 Baltimore의 Classic Rock FM을 즐겨 듣는데, 여기 DJ들이 외치는 슬로건은 ‘그냥 오래 되서 클래식이 아닌, 정말 좋아서 클래식인 노래들!’이다. (영어로는 기억이 안 나네요! ^^;;) 바로 크림에게 정확히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2001.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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