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데뷔 시절 (2)

시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은 정녕 헛된 것인지. 시험이란 마물은 참으로 죽어라고 우리를 따라다닌다. 졸업을 해서 학생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버렸다고 해서 시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리라는 것은 그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가. 언젠가 썼듯이 고달픈 인턴 생활의 몇 가지 안되는 낙 중의 하나를 들라면 학생 시절의 그 지긋지긋하던 시험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는 것을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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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왜 사니?

“너 왜 사니?” 그것이 벌써 10년도 넘은 일이다. 어리벙벙하던 의예과 1학년 초에 나의 학우가 어느 날 갑자기 강의시간에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은. 특별히 친한 친구도 아니었고 친해질 기회도 아직 없었다. 헌데 느닷없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이다. 나는 참으로 어안이 벙벙하였지만 그런 질문에 대답할 말이 없는 나 자신이 순간 한심하게 느껴졌다. “너는 왜 산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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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데뷔 시절 (1)

시간이란 물 흐르듯이 마디없이 매끄럽게 흘러가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흘러만 가는 시간에 억지로 금을 긋고 한 시절의 끝과 새로운 시절의 시작을 이야기하면서 그것들을 축하하기도 하고 아쉬워하기도 한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면허 시험에 합격한다고 갑자기 어느 순간에 어리어리하던 의과대학생이 유능하고 빠릿빠릿한 의사로 둔갑할 수는 없다. 어느 환자나 경험이 풍부하고 연륜이 있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기를 원하겠지만 불행하게도 그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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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나를 살인자라 불렀다

의사로서 내가 일해온 경험이 결코 길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남아있는 기억들을 추스려 보면 참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고 그 중에는 대수롭지 않게 잊혀질 일들도 있고 평생토록 결코 잊을 수 없는 일들도 있다. 나의 기억 속에는 즐거웠던 기억도 있지만 쓰라린 기억과 다시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기억들도 남아 있다. 아니, 오히려 고통스럽고 괴로왔던 일들이 더욱 더 선명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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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기

사람들은 왜 결혼을 할까? 백 사람에게 물어보면 백 가지 대답이 나오지 않으려나 모르겠다. 애 낳아가지고 대를 잇기 위해 한다고도 말할 것이며, 둘이 따로따로 사는 것보다 같이 사는게 생활비가 덜 드니까 그렇다고도 할 것이고, 매일 밤 만나고나서 집에 바래다주기 귀찮아서라고도 그럴 것이며, 그저 “에이! 나 결혼할래! 왜냐하면, 피곤하니까!”라고 그럴지도 모르며, 그냥 좋으니까, 사랑하니까, 떨어져 있기 싫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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