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3)

이 글의 전편인 결혼기(2)에서 한 10년 쯤 뒤에도 재미있게 사는지 보자고 그랬는데 얼마(?) 못 참고 또 펜을 들었다. 아니, 펜을 들은 게 아니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건데, 너무나 삭막하고 반문학적인 표현이라 유감스럽다. ‘그래 어디 한번 살아봐라’고 비웃음 내지는 저주(?)의 주문을 외우던 분들에게는 죄송스런 말씀인데 다행히도 아직은 비교적 재미나게 살고 있다. 다행 중 불행은 아직 공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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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1)

참으로 오랫만에 쓰는 글이다. 결혼은 인륜지대사라던가. 노총각 신세를 면하느라고 정신없이 한 달이 지나가 버렸다. 지금의 내 주위를 문득 둘러보건대 달라진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어서 그간 뭔가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벌어졌음에 틀림이 없건만 도대체 무슨 일들이 일어났었는지 아득하기만 하다. 한 1년쯤은 나이를 먹어버린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한 가지만 들라면 뭐라고 이야기할까? 이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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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2)

사람들이 남들이 결혼한다고 할 때 보이는 반응은 경우에 따라 무척 다양할 것이지만 기혼자의 경우에 축하한다는 의례적인 인사에 예외 없이 덧붙이는 한마디 말이 있다. 물론 표현은 다양하겠지만 그 내용은 다 같다. “좋~을 때다.” “그래 어디 살아 봐라.” “애만 한 번 낳아봐라. 좋은 것도 잠깐이다.” “지금처럼 평생 재미있을 줄 알지?” “신혼 여행 다녀오고 나면 끝이야.” 등등. (참고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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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의 사관(士官) (4)

나는 눈부시게 떨어지는 햇빛 아래서, 그리고 제법 생생한 파릇파릇함으로 자라 올라오는 잔디를 디디고 서서 잠시 뒤에 있을 임관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두 다리로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도 행복한 일인가. 2주일 전, 억겁처럼 긴 시간 끝에 결국 기브스를 풀게 되었을 때를 기억해 보았다. 오랜 억압 끝에 족쇄를 풀어버리고 자유인이 되려는 노예같은 기대감으로, 한편으로는 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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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의 사관(士官) (3)

어떻게 막사까지 걸어서 돌아 왔는지 정말 모를 일이었다. 쩔뚝대고 있는데 빨리 오라고 소리질러대는 구대장을 패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사람이 제 정신이 아닐 때면 팔 한쪽이 떨어져 나가도 모른다더니 내가 그런 지경이었나보다. 그날 밤은 정신없이 그냥 잤다. 다음 날 아침 깨어 보니 무릎이 시큰시큰거리기는 하지만 못 걸을 정도는 아니었다. 괜찮을까? 좀 걱정스러웠다. 다음 주에는 행군이 있다.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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