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My story

    결혼기(7)

    결혼기 (結婚記) (7) 필자는 뭐든지 깜박깜박 까먹는 일이 많은 사람이다. 이로 인해 곤경에 처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더욱 안 좋은 것은, 사람들이 필자를 처음 보면 무척 꼼꼼하고 깔끔하며 빈틈없는 성격의 소유자라는 인상을 받는 모양이어서 본의 아니게도 배신감을 안겨주게 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의사로서는 별로 바람직한 성격이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정신 건강에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굳이 이것을 무슨 수를 써서든 고쳐야겠다던가 하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실상 성격이란 것이 어디 고쳐지는 것이던가.) 필자의 깜박증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유래를 찾자면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 숙제, 준비물 등 까먹고 안 해오고 안 가져오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날 아침에 발견하기도 하고 그 시간이 되어 숙제 검사 할 테니…

  • Life,  My story

    결혼기(6)

    부부가 살아가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듣노라면 서로 싸우게 되는 이유도 정말 다양하지만, 개중에는 참으로 사소해 보이는 이유들로서 등장하는 몇 가지 단골 레파토리들이 있다. 치약을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짜느냐 중간을 푹 눌러서 볼품없이 만들어 놓느냐 라든지(영화 ‘결혼 이야기’에도 나오는 장면이다), 결혼 기념일을 까먹었느니 어쨌느니(사소한 게 아니라고요?) 하는 것들이다. 심지어는 — 믿거나 말거나지만 — 기차에서 창가 자리에 앉게 해주지 않는다고 이혼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참, 이건 실화가 아니고 소설에 나오는 얘긴가?) 이런 사소한 분쟁거리들 중에 또 한 자리 차지하는 것이 TV의 채널 결정권인 모양이다. 여자는 드라마, 남자는 스포츠 중계를 보겠다고 리모콘 쟁탈전을 벌이는 것이 전형적인 유형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다행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방송사에서 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짜니 두 가지가 겹치는 일이 많지는…

  • Health & Medicine

    21세기의 역병, ‘건강염려증’

    의사로서 진찰실에 앉아 찾아오는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세상이 온통 아픈 사람 천지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쉽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주로 하는 일을 통해서 세상을 보기 마련인지라, 구두닦이는 구두의 깨끗함으로 사람을 보고, 컴퓨터 매니아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컴퓨터 사양으로 그를 평가하며, 심지어 산부인과 의사는 환자의 얼굴은 기억 못 해도 환자가 진찰대에 누운 것을 보면 아하!하고 알아본다는 얘기까지 있다. 별로 믿고 싶지는 않은 얘기이지만 말이다. 필자가 아는 어떤 음식 잘 만드는 분은 ‘잘 + 많이 먹는 것’으로 인격을 평가하기 때문에, 그 앞에서 점수를 따기 위해서는 오직 열심히 먹는 길뿐이다. (필자에게는 무척 유리함.) 마찬가지로 의사는 그 사람이 가진 병과 그 사람을 혼동을 하게 되는 일이 왕왕있다. 헌데, 조금 눈을 돌려보면 의학적인…

  • Life,  My story

    결혼기(5)

    결혼과 직업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부부가 비슷한, 또는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것일까? 아니면, 서로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편이 좋을까? 또는, ‘아녀자는 남자가 바깥에서 하는 일 알 필요 없는’ 것일까? 필자가 접하는 주변 사람들은 의사인 필자와 역사학도인 필자의 아내 Y가 하는 일이 무척이나 다르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세상에 억지로 끼워 붙이면 서로 연관이 없는 일이 어디 있으랴만 의학과 역사학은 관계가 있다면 무척이나 깊은 관계이고 또 전혀 상관없다고 우긴다고 해도 사실 별로 반박할 말도 없다. 그건 ‘의학’이라는 말과 ‘역사’라는 말을 해석하기 나름일 것이다. 의학과 역사학간의 학문적인 상호 관련성과 같은 엄청난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 두 사람이 ‘놀던 물’ – 혹시 이 표현이 좀 천박하다고…

  • Life,  My story

    초보딱지 떼어내다

    어느 길을 보던지 자동차로 넘쳐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자동차가 없는 시대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이다. 기억에 따르면 필자가 국민학교 (아니, 요즘은 초등학교이다.)시절만 해도 생활 기록부에 집안 형편을 적는데 생활 정도를 상중하로 구분할 때 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이 자가용이었다. 자가용이 있는 집은 ‘상’이었던 것은 기억이 틀림없고 확실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전화가 없는 집은 ‘하’였던 것 같다. (참고 삼아 이야기하면 필자가 국민학생이던 시절은 70년대였다.) 요사이 생활 기록부에는 어떤 기준으로 적는지 모르겠지만 집은 없어도 자가용은 다들 끌고다니는 마당에 자가용이 있느냐 없느냐가 생활 수준 ‘상’의 기준이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혹시 차종으로 따지는 것은 아닐까 모르겠다. 하여간에 너나 할 것 없이 자가용을 굴리는 마당에 필자는 참으로 굳세게 ‘큰 차'(버스, 지하철 등등..)만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