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의 사관(士官) (4)

나는 눈부시게 떨어지는 햇빛 아래서, 그리고 제법 생생한 파릇파릇함으로 자라 올라오는 잔디를 디디고 서서 잠시 뒤에 있을 임관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두 다리로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도 행복한 일인가. 2주일 전, 억겁처럼 긴 시간 끝에 결국 기브스를 풀게 되었을 때를 기억해 보았다. 오랜 억압 끝에 족쇄를 풀어버리고 자유인이 되려는 노예같은 기대감으로, 한편으로는 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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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의 사관(士官) (3)

어떻게 막사까지 걸어서 돌아 왔는지 정말 모를 일이었다. 쩔뚝대고 있는데 빨리 오라고 소리질러대는 구대장을 패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사람이 제 정신이 아닐 때면 팔 한쪽이 떨어져 나가도 모른다더니 내가 그런 지경이었나보다. 그날 밤은 정신없이 그냥 잤다. 다음 날 아침 깨어 보니 무릎이 시큰시큰거리기는 하지만 못 걸을 정도는 아니었다. 괜찮을까? 좀 걱정스러웠다. 다음 주에는 행군이 있다.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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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의 사관(士官) (2)

이제 과연 우리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불안함을 감출 수 없는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우리들의 훈육 대장이었다. 최소한도 ‘맞짱’을 뜬다 치면 결코 건강에 이롭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인상이었다. ‘끙…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야 혀, 정신을…’ 하지만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앞으로 7주를 어떻게 보내나 하며 한심한 느낌이 들뿐이었다. 후에 사람들은 나를 보고 군의관 훈련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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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의 사관(士官) (1)

흔히 군대 이야기는 평생 술안주 감이라고들 한다. 대한민국 남자들의 가장 큰 공감대라고도 한다. 군대에 갔다 온 사람들은 대부분 그 시절의 고생담을 심심치 않게 남들에게 얘기하게 되고 또 드물지 아니하게 그 이야기는 소주 한잔의 힘을 빌어 고생담이나 경험담의 차원을 넘어서 거의 무용담의 수준으로 비화되곤 한다. 필자는 국가관이 희박해서인지 나약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군대가 사람을 만든다느니, 남자라면 모름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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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에서의 단상

나카하라여 지구는 겨울이라 춥고 어둡네. 그럼 안녕히 – ‘공간’, 구사노 심페이 (草野心平) 무진장 목이 말랐다. 물주전자를 통째로 들고 벌컥벌컥 마셔댔는데도 갈증이 가시질 않는다. 계속 괴로워하다가 문득 눈을 떠보니 꿈이었다. 헌데 실제로 정말 목이 말랐던 것이다. 더듬더듬 주변을 더듬어 물주전자를 찾아 이번엔 진짜로 벌컥벌컥 마셨다. 옆자리에선 누군가 코를 골면서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골치가 약간 띵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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