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2)

사람들이 남들이 결혼한다고 할 때 보이는 반응은 경우에 따라 무척 다양할 것이지만 기혼자의 경우에 축하한다는 의례적인 인사에 예외 없이 덧붙이는 한마디 말이 있다. 물론 표현은 다양하겠지만 그 내용은 다 같다. “좋~을 때다.” “그래 어디 살아 봐라.” “애만 한 번 낳아봐라. 좋은 것도 잠깐이다.” “지금처럼 평생 재미있을 줄 알지?” “신혼 여행 다녀오고 나면 끝이야.” 등등. (참고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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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의 사관(士官) (4)

나는 눈부시게 떨어지는 햇빛 아래서, 그리고 제법 생생한 파릇파릇함으로 자라 올라오는 잔디를 디디고 서서 잠시 뒤에 있을 임관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두 다리로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도 행복한 일인가. 2주일 전, 억겁처럼 긴 시간 끝에 결국 기브스를 풀게 되었을 때를 기억해 보았다. 오랜 억압 끝에 족쇄를 풀어버리고 자유인이 되려는 노예같은 기대감으로, 한편으로는 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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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의 사관(士官) (3)

어떻게 막사까지 걸어서 돌아 왔는지 정말 모를 일이었다. 쩔뚝대고 있는데 빨리 오라고 소리질러대는 구대장을 패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사람이 제 정신이 아닐 때면 팔 한쪽이 떨어져 나가도 모른다더니 내가 그런 지경이었나보다. 그날 밤은 정신없이 그냥 잤다. 다음 날 아침 깨어 보니 무릎이 시큰시큰거리기는 하지만 못 걸을 정도는 아니었다. 괜찮을까? 좀 걱정스러웠다. 다음 주에는 행군이 있다.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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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의 사관(士官) (2)

이제 과연 우리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불안함을 감출 수 없는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우리들의 훈육 대장이었다. 최소한도 ‘맞짱’을 뜬다 치면 결코 건강에 이롭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인상이었다. ‘끙…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야 혀, 정신을…’ 하지만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앞으로 7주를 어떻게 보내나 하며 한심한 느낌이 들뿐이었다. 후에 사람들은 나를 보고 군의관 훈련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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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의 사관(士官) (1)

흔히 군대 이야기는 평생 술안주 감이라고들 한다. 대한민국 남자들의 가장 큰 공감대라고도 한다. 군대에 갔다 온 사람들은 대부분 그 시절의 고생담을 심심치 않게 남들에게 얘기하게 되고 또 드물지 아니하게 그 이야기는 소주 한잔의 힘을 빌어 고생담이나 경험담의 차원을 넘어서 거의 무용담의 수준으로 비화되곤 한다. 필자는 국가관이 희박해서인지 나약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군대가 사람을 만든다느니, 남자라면 모름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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