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병동에서

서울 시내에 있는 모 병원의 ‘114’라는 번호가 붙어 있는 병동은 필자가 내과 레지던트 1 년차로서 첫 한 달을 보내었던 병동이다. 114라는 숫자는 좀 특이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백십사’ 병동이라고 불리어지기도 하지만, 자주 그 별칭인 ‘텍사스’ 병동으로 불리워지기도 하였다. 그렇게 불렸던 것은 발음이 묘하게 유사해서 그렇기도 하고, 거칠고 험하고 황량한 그 어감 그대로 중환(重患)들이 득시글대고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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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에서의 단상

나카하라여 지구는 겨울이라 춥고 어둡네. 그럼 안녕히 – ‘공간’, 구사노 심페이 (草野心平) 무진장 목이 말랐다. 물주전자를 통째로 들고 벌컥벌컥 마셔댔는데도 갈증이 가시질 않는다. 계속 괴로워하다가 문득 눈을 떠보니 꿈이었다. 헌데 실제로 정말 목이 말랐던 것이다. 더듬더듬 주변을 더듬어 물주전자를 찾아 이번엔 진짜로 벌컥벌컥 마셨다. 옆자리에선 누군가 코를 골면서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골치가 약간 띵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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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달의 기수(?)다

낫살도 몇 먹지 않은 주제에 이런 소리하면 좀 우스울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이란 나이를 먹어가면 먹어갈 수록 ‘왜’, ‘어째서’ 라는 질문을 하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간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아이에서부터 어른이 되어가고, 마침내는 어른이 되는 지경을 넘어 늙어가기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 무렵이 되면 (하지만 나는 내가 늙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떨어져 나가도록 머리를 흔들며 부정하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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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데뷔 시절 (2)

시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은 정녕 헛된 것인지. 시험이란 마물은 참으로 죽어라고 우리를 따라다닌다. 졸업을 해서 학생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버렸다고 해서 시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리라는 것은 그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가. 언젠가 썼듯이 고달픈 인턴 생활의 몇 가지 안되는 낙 중의 하나를 들라면 학생 시절의 그 지긋지긋하던 시험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는 것을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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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왜 사니?

“너 왜 사니?” 그것이 벌써 10년도 넘은 일이다. 어리벙벙하던 의예과 1학년 초에 나의 학우가 어느 날 갑자기 강의시간에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은. 특별히 친한 친구도 아니었고 친해질 기회도 아직 없었다. 헌데 느닷없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이다. 나는 참으로 어안이 벙벙하였지만 그런 질문에 대답할 말이 없는 나 자신이 순간 한심하게 느껴졌다. “너는 왜 산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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