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내 음악 콩쿨을 보고…

벌써 한 두달전쯤의 일인가보네요.

배경 설명을 조금 드리지만, 제 아들이 초등 4학년인데 비올라를 배웁니다. 왜 바이올린도 아니고 첼로도 아니고 비올라냐? 라고 물으시면 글쎄, 뭐라 해야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는 분이 권해주셔서 어찌하다 보니 그리 되었는데, 마침 지금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도 아주 잘 지도해주시는 것 같고 해서 뭐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리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부드럽고 감미로운 비올라의 음색도 바이올린의 아주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고음보다 참 괜찮은 것 같구요.

애가 다니는 학교에서 교내 음악 콩쿨을 한다고 해서 당일 날 따라가 봤는데 이런 저런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비올라는 ‘기타(etc)’ 악기에 들어가서 맨 뒤 순서인데 이 ‘기타’ 악기에 guitar 도 들어 있더군요. 대충 기다리는 애들을 보니 비올라는 세명, 기타는 두명이더군요. 그 외에 하프(!)가 한명 있습니다.

현악기 중에는 바이올린이 가장 숫자가 많은데, 가만 보니 놀라운 현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1-3학년까지는 숫자가 아주 많습니다. 각 학년 당 수십명인데… 4학년 이후에는 애들이 확 줄어서 별로 없는데, 학년 당 서너명에 불과합니다. 근데 얘네들은 대기실에서 연습하는 거 보니 수준이 장난이 아닌 듯하고요. 배운지 이제 서너달 된 아들 녀석은… 허허… 근데 워낙 개념 없어서 별로 주눅들지도 않습니다. ^^;;;;

나중에 들으니, 요새 초등학교도 고학년에 접어들면 예체능 사교육은 거의 끊는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특별히 전공을 생각하든지 아니면 하다 못해 콩쿨 같은데 나가서 입상이라도 해서 ‘스펙’에 도움이 될 정도가 아니면 학과 공부를 위해서 예체능은 완전 끊어버린다는 겁니다. 그러니 저학년까지는 너도나도 다 악기를 시키지만 몇년 안되어 대다수가 그냥 중단해버리는 것이지요. 도대체 음악을 뭘로 생각하길래, 악기 연주를 뭐라고 생각하길래 이러는 건지.

그리고… ‘기타’ 악기 군에 기타로 출전한 달랑 두 학생… 한 학생이 ‘로망스’를 연주합니다. 허걱… 이건 좀 너무했습니다. 한 90%를 삑사리를 내네요. -_-;;;; 연주시간과 포지션 이동에 걸리는 시간이 비슷합니다. 아무리 어린 학생이 그냥 경험 삼아 교내 콩쿨에 나가보는 거라 하지만 좀 심합니다. 그냥 긴장하고 떨려서 실수를 하는 게 아니라 딱 배운지 일주일 수준의 연주입니다. 다른 한 명은 Yesterday 를 연주하는데 그럭저럭하지만 역시 다른 현악기에 비해 너무 수준이 쳐집니다. 피아노나 현악기는 진지하게 배우는 악기고 기타는 그냥 장난삼아 뚱땅거리는 악긴가… 기타란 악기를 사람들은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또 하나 느낀 점…
국악 부문에 출전한 애들이 있는데 (창, 단소, 해금, 가야금 등등) 물론 다른 방에서 다른 심사위원 선생님들이 봐주십니다. 언뜻 구경해보니 국악 심사하러 오신 분들과 양악 심사위원으로 온 분들의 태도가 느무느무 판이합니다. 국악 심사위원 분들은 일단 ‘허, 어린 것들이 국악을.. 기특한 놈들…’ 이렇게 얼굴에 딱 써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끄덕 해가면서 흐뭇한 얼굴로 들어줍니다. 물론 숫자가 적어서 가능한 것도 있긴 하지만 아무리 헤메도 일단 끝까지 다 들어주고, 중간에 까먹고 헤메면, 친절하게 ‘생각나는데서 부터 다시 해봐’ 하고 격려까지 해줍니다.

반면 현악기 (피아노는 안 봐서 잘 모르겠고요) 쪽은 어떨까요. 일단 애들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는 점은 이해는 가지만, 대충 한 십여마디 듣고 매몰차게 ‘땡’해버립니다. 다 들었다, 고마해라, 이거지요. 얼굴에 귀찮음이 가득이고,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하는 짜증스런 표정입니다. 애들은 일껏 연습한 것 반의 반의 반도 못하고 내려옵니다. 그 중 압권은 거의 마지막의 ‘하프’로 나온 어린이… 아시다시피 하프란 악기가 보통 덩치는 아닌지라… 아저씨 두명이 카트로 조심조심 실어와서 내려 놓습니다. 그러고서 연주하는데… (연주 실력은 상당히 훌륭) 여지 없이 반의 반도 듣기 전에 ‘땡’입니다. 아… 싣고 온 성의를 봐서라도 좀 더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잘하고 못하고가 문제가 아니라 너무 비교육적입니다.

우리 애는 뭐 애당초 무슨 좋은 성적을 기대한 것은 아니고 그냥 이걸 계기로 좀 열심히 연습해서 실력을 업글하겠다는 정도의 생각이었으니 그리 서운할 것도 없지만, 어린이들에게 음악 교육을 시킨다는 것이 도대체 뭔지 정말 씁쓸한 뒷맛이 남는 하루였습니다.

2009.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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