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ssel 공연 후기… 아니고, 아무케나 감상문

휴… 감기로 몸 상태는 영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구경을 놓칠 수야 있겠습니까. 꾸역꾸역 호암아트홀로 갔습니다. 근데, 콧물에 기침에… 상당히 걱정되었습니다. 조용한데 혼자 콜록콜록 훌쩍 주접을 떨 것인가? 기침약도 먹고 비장의 무기(목캔디… -_-;;;;)도 챙겼습니다.

원래 와이프랑 같이 가려고 했는데 와이프가 일이 생겨 표가 한장 남고, 게다가 애도 봐야 되고! 애는 장모님과 접선하여 넘기고, 고맙게도 최현진님께서 남는 표 한장 처리해주셨슴다. (와이프가 안 간게 잘 된 거여요. 와이프 귀를 베려 놓으면 제가 기타 연습하는데 고충이 많거든요. 기타 연주의 참된 아름다움을 알아버린 이상은 도저히 참고 못 들어주겠다는 둥 무지 시끄럽슴다…)

사진으로만 보거나, 아니면, 휙 지나치면서 밖에 못뵈었던 여러 분들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반가왔습니다. 오모씨님, 배모씨님, 수님, 라파레님, 지얼님, 박진선님, 고정석님, 혁님, 으니/보노 자매님.. 헉헉… 말고도 또 많았는데…? 휘발성 메모리라 용서해주세요. 아, 오른쪽 젤 앞줄에 앉으셨던 낭자가 아무래도 저녁하늘님으로 추정(?)되는데 끝나고 나서 인사라도 해야지 했는데 잠시 꾸물거리는 틈에 순식간에 사라지셔서… 매우 동작이 신속한 분인 듯. 음, 오모씨님이 그러는데, 여기 각자 아이디 까보라고(?) 그러면 다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담부턴 자기 아이디 이마에 써붙이고 오도록 할까요?

시작되기 직전의 고요함이야 말로 진정 오늘 콘서트의 압권이었습니다. 그 폭풍전야같은 적막이라니. 수백명이 모인 홀이 이렇게 고요한 게 믿을 수가 없더군요. 근데, 문제는 너무 쥐죽은 듯 조용해서 맘 놓고 숨을 쉴 수가 없을 지경이라는 거였습니다. 다들 잠수에 능하신지, 어찌 그렇게 숨을 오래 참으시는지 연주하는 동안엔 숨소리도 안들리데요.

곡들에 대해서 잘 모르고 해서 한곡 한곡 자세히 분석할 역량은 안되지만, 아우셀의 연주는 그 곡에 가장 잘 맞는 악상을 표현하고자 아주 세심하게 계산된 듯한 인상, 정교하게 다듬어진 느낌을 주었습니다. 크게 다치셨었다는데 괜찮을까, 하는 염려는 일찌감치 휙 날려버리는 멋진 연주였구요.

저, 그냥 엉터리로 되는대로 쓸테니 고수님들이 따로 정리해주세요. (이, 무책임한! -_-;;;;)

무다라의 곡은 르네상스 곡 답게 정갈하고 단정하였고, Praetorius 인가요, 두번째 곡의 끝 부분은 빈센쵸 갈릴레이의 류트곡으로 제가 알고 있던 곡 중 하나와 너무나도 비슷한데, 이게 어찌된 건지 좀 누가 알켜주셨음… 당시에 유행하던(?) 멜로디인가 보죠? 아무튼 경쾌하면서도 부분 부분 두 성부가 재빠르게 동시에 움직이는 묘기(?)스러운 연주가 무척 흥미로왔습니다.

스카를랏티 너무너무 청아한 연주였습니다. 선물로 받은 스카를랏티 음반을 듣고 약간의 예습(?)을 하면서도 느낀 건데 하프시코드 연주를 듣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인터미션에 수님과 심장에 대한 대화를 나누려다가… 뎅… 하는 바람에… ㅋㅋㅋ… 다음에 또 하지요. 근데, 수님, 망가진 심장을 고치는 것 보단 망가진 마음을 고치는 것이 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고로 최고로 어렵고 복잡한 과는 심장내과가 아니고 정신과!

2부 첫곡은 아르헨티나 민요에 의한 어쩌구… 고향의 노래라 그런가, 아주 푹 몸에 젖은 듯한 연주였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Roberto Aussel Plays 20th Century Music’ 앨범에서의 명연으로 유명한 사형수의 최후, ‘마지막날의 아침’이라고 번역하면 되나요, 정말 ‘시각적인’ 곡이라는 것도 몸소 보여줬구요, 긴박감과 극적인 순간과 애상어린 순간이 마구 어지러이 교차하면서 정말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곡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삐아졸라, 역시 고향에 돌아온 듯, 온 몸으로 하는 연주. 전에 바루에코의 삐아졸라에 감동을 먹었었는데, 이번엔 정말 ‘원조’ 삐아졸라 연주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섣부른 짐작일지 몰라도 아우셀 이분은 무척 내성적인 분이 아닐까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대중의 환호에 연연하지 않는 학자풍의 모습에다가, 연주 자체도 과장된 쇼맨쉽과는 좀 거리가 있는, 안으로 빠져드는 듯한 연주였구요. 대중의 감탄을 자아내려는 연주, 소위 ‘화끈하게 뭔가 보여주려는’ 연주라기 보다는 그저 그는 기타와의 은밀하고 바닥을 알 수 없는 깊고 깊은 대화에 빠져들고, 우리는 옆에서 숨죽이고 그 모습을 엿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정적인 가운데 오묘함을 추구하는 클래식 기타라는 악기의 한 진면모를 보여주는 사색적인 콘서트였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중간 중간에 기침 나와서 참느라고 죽는 줄 알았어요. 켁켁… 어찌나 숨죽이고들 감상을 하시는지… ^^;;;

2005.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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