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Queen – ‘Live Killers’ (1979)

Freddie Mercury (vocals, keyboards)
Brian May (guitars, vocals)
John Deacon (bass)
Roger Taylor (drums, vocals)

세상에는 밤하늘의 별 만큼이나 다양한 종류의 음악들이 있고, 사람들의 취향이라는 것도 그만큼 가지 각색이어서, 자기가 즐겨듣지 않는 종류의 음악이라고 해서 무시하고 깔아뭉개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그러나, 참으로 불행한 일이지만 허접스럽고 싸구려인 일회용 음악은 분명 있다. 필자가 팝송을 듣기 시작할 적에 ‘징기스칸’이라는 유럽 그룹의 ‘징기스칸’이라는 노래가 무지하게 유행을 하였다. 철없는 필자도 물론 이를 듣고 아주 좋아하였지만, 지금 생각하니 참으로 유치찬란한 음악이었다. 물론 유치함으로 한술 더 뜨다 못해 거의 코메디인 것은 ‘우리 나라를 침략한 징기스칸을 미화했다’면서 금지곡을 때려버린 당국의 조치이지만 말이다.

세상에는 분명 아이스 케키 처럼 그저 홀랑 먹고 나면 막대기하고 비닐 껍질, 즉 쓰레기 밖에 남지 않는 하찮은 음악들로 넘쳐나고 있다. 비록 필자가 대중 음악을 무시하는 콧대 높은 클래식 애호가들을 맹렬히 비난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무시를 받아 싸다 싶은 면도 없는 것은 아닌 것이다. 음악이야 어찌 되었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팔아 볼까 하는 생각 밖에는 없는 얄팍한 음악들이 세상에 넘쳐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음악인들 대중이 알아주고 좋아해 주지 않는 음악이란 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무조건 난해하고 복잡한 음악만이 차원 높은 음악이라고 하는 것도 똑같이 어리석은 일이 아닌가?

소위 ‘음악성과 대중성의 조화’라는 참으로 어렵기 짝이 없는 화두를 붙잡고 줄타기를 한 락 그룹으로서 영국의 락 그룹 Queen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대중의 시류에 영합하는 얄팍한 상업성과 그들 나름의 개성을 지닌 심오한 음악성이라는, 좀처럼 같이 붙잡기 힘든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붙잡고자 무진 애를 썼던 그룹이다. 바로 그점 때문에 많은 평론가들, 특히 펑크 락 진영으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정교하게 오버더빙되고 고도로 세련되어 뺀질뺀질하기까지한 그 사운드는 펑크의 ‘Do it yourself’ (쉽게 말하면, ‘개나 소나 다 한다’) 정신의 정반대이고, 상업성을 철저히 추구한 스타일과 완벽하게 비정치적인 메시지도 펑크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무지하게 비위에 거슬렸을 것이다. 펑크의 이념(?)과 정반대되는 그 모든 것들을 한가지도 아니고 골고루 다 갖추고 있으니 얼마나 꼴보기 싫었겠는가!

그들의 음악은 하나같이 대중의 귀를 사로잡는 매력을 지니면서도 대중적인 음악이 흔히 가지기 쉬운 ‘천박함’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는 절묘한 균형 감각을 지니고 있다. 누가 ‘Bohemian Rhapsody’와 같은 화려함과 웅장함의 극을 달리는 ‘미니오페라’를 싸구려 유행음악이라고 함부로 깔아 뭉갤 수 있겠는가? 반면에 마이클 잭슨을 연상시키는 디스코 곡 (그렇다, 사실 이것은 디스코다!) ‘Another one bites the dust’나 귀에 쏙 들어 오는 예쁜 멜로디의 ‘Love of my life’를 듣고 누가 이들이 대중적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들이 남긴 명반으로 ‘A Night at the Opera’와 같은 앨범은 참으로 그들에게 싸구려 유행음악이나 하는 평범한 락 밴드가 아니라는 면죄부를 준 앨범이다. 그러나, 필자는 그보다는 그들이 진정한 ‘락 밴드’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공연 실황 앨범 ‘Live Killers’라고 생각한다.

글쎄, 과연 ‘진정한 락 밴드’가 무엇일까? 한마디로 얘기하기는 참으로 어렵겠지만, 필자는 멋진 라이브를 해낼 수 있는 능력이야 말로 그 조건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Queen은 여기서 참으로 그 조건에 차고 넘칠 정도의 대단한 라이브 실력을 증명해보이고 있다. 제목 그대로 그들은 ‘죽여주는’ 라이브 밴드였던 것이다.

그들이 스튜디오에서 세련되고 뛰어난 락 그룹이었던 만큼이나 대단한 라이브 밴드임을 증명해주는 장면은 도처에서 발견된다. ‘Now I’m here’에서 락의 역사상 손꼽히는 쇼맨 프레디 머큐리는 관중들과 주고 받는 대합창을 이끌면서, 신도들을 휘어잡는 사이비 신흥종교 교주를 방불케 하는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공연의 문을 여는 ‘We will rock you’ (스튜디오 버젼과는 많이 다르다. 스튜디오 버젼에 가까운 연주는 공연 맨 끝에 다시 나온다.), 그들의 첫 싱글로서 완전히 실패했던 ‘Keep yourself alive’를 비롯하여 ‘Don’t stop me now’와 같은 곡들은 그야말로 ‘It rocks!’라고 해야 할 것이다. 거칠 것 없이 신나게 때려부셔주는 통쾌함! ‘Love of my life’, ’39’, ‘You’re my best friend’ 등 낮익은 발라드들은 친근하게 다가온다. 히트곡이 하도 많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니 ‘Killer queen’, ‘Bicycle race’ 같은 노래들은 아예 메들리로 묶어서 들려준다. 그렇다고 이들이 연주 실력에서 빠지는가? ‘Brighton rock’에서 Brian May는 에코 딜레이를 절묘하게 이용한 기타 삼중주를 ‘혼자서’ 들려준다.

게다가 곳곳에서 나오는 관중들의 엄청난 합창은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다. ‘Love of my life’, ‘Spread your wings’, ‘We will rock you’, ‘We are the champions’ 등에서의 관중들의 합창은, 관중들이 따라 부르지 않았다면 Queen이 이곡을 어떻게 라이브에서 소화해 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대단하다.

하지만, 옥에 티도 있다. ‘Bohemian rhapsody’는 그들의 진가를 세상에 알린 불후의 명곡이지만, 곡 중간의 오페라를 방불케 하는 그 화려한 코러스는 스튜디오에서 수없는 오버 더빙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라이브에서는 도저히 재현 불가능한 것이었다. 수십명의 프레디 머큐리가 있기 전엔 말이다. 그렇다고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이 곡을 레파토리에서 뺀다는 것도 너무나 아까웠던 모양인지, 궁여지책으로 코러스 부분에는 녹음된 테이프를 틀고 무대에서 잠시 사라져버리는 방법을 택한다. ‘라이브에서 녹음된 테이프를 틀어? 야, 늬들이 그러고도 정말 락 그룹 맞어?!’ 라는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휴… 하지만 용서해주자. 필자는 이들이 Bohemian rhapsody는 빼버리든지, 아니면 전혀 새롭게 편곡을 해 연주하든지 했어도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ueen이 스튜디오 앨범들에서 워낙에 완벽하게 다듬어진 음악들을 들려 주었기에 라이브에서의 그들의 연주와 노래는 다소 거칠게 들릴 수밖에 없고, 그 점 때문에 많은 평론가들은 이 앨범을 라이브 명반의 반열에 올려놓기를 주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스튜디오 앨범들에서 들려주었던 그들의 음악은 잠시 잊어버리고, 편견 없이 듣자. 스튜디오에서 보여주었던 화려한 코러스와 매끈하고 세련된 빈틈 없는 사운드는 아니지만, 다소 거칠기는 하지만, 이들은 정말로 신나게 연주해주고 있고, 무엇보다도 더블 앨범을 잠시의 지루함도 없이 주옥같은 히트곡들로 꽉꽉 채울 수 있는 락 밴드란 정말 흔치 않다는 것을 감안해서 말이다.

2002. 1. 22.

사족: 보헤미언 랩소디를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커버했다! 도대체 왜 이런 미친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합창단 동원에다가 믿고 들어도 좋을 김연우의 보컬, 약빨고 만든 듯한 ‘쓸데없는 고퀄’의 진수를 보여준다. 한번 볼만함… ^^;;;

김연우 – 보헤미안랩소디 from didhkrmfjsh on Vi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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