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 Medicine
-
잠들지 못하는, 졸고 있는 세상
‘주의력산만 과잉행동 장애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라는 병이 있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주의가 매우 산만하며 참을성이 전혀 없고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움직이는 아동들 중 그 정도가 심각한 경우에 붙여질 수 있는 병명인데, 쉽게 짐작이 가시겠지만, 심한 학습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필자는 의과대학생 시절 소아과 교과서에서 이 병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이에 대한 치료 중의 하나로 ‘각성제’가 투여된다는 것을 보고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아니, 그렇지 않아도 정신없이 날뛰는 애한테 각성제를 주면 어쩌자는 건가? 진정제가 쓰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필자는 이것이 일리가 있다는 것을 (실제로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이다.) 전혀 다른 종류의 경험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 두 돌이 좀 지난 필자의 아들은 비교적 순한 편이지만, 때로 전혀 말…
-
내가 알코올 중독자라고?
여기 몇 가지 질문들이 있다. 일주일이나 그 이상 술을 안 마시기로 결심했으나 하루 이틀 밖에 안 간 적이 있습니까? 술에 덜 취할까 하는 생각에서 술 종류를 이것저것 바꾸어본 적이 있습니까? 술을 마시고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사람이 부럽습니까? 술이 충분치 않아서 ‘2차’를 가려고 한 적이 있습니까? 술 때문에 직장이나 학교를 못 나간 적이 있습니까? 술을 먹고 ’테이프가 끊긴‘ 적이 있습니까? 술을 마시지 않으면 인생이 더 나아질 것 같다고 느낀 적이 있습니까?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 중 몇 개나 ‘예’가 있는가? 이 질문들은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한 유명한 금주 협회로서 수많은 알코올 중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Alcoholics Anonymous (AA)’의 웹사이트에 올라 있는 ’당신은 AA를 필요로 하는가?‘라는 제목의 웹페이지의 12개의 질문들…
-
뭘 먹어야 하나? 진실은 그 중간 어딘가에
우리 나라에도 방영되었던 유명한 TV 시리즈 ‘X-파일’에 나오는 의미심장한 명 대사, ‘진실은 저 바깥 어딘가에’ (Truth is out there)를 아시는 분이라면 이건 또 웬 패러디인가 하실 지 모르겠다. 우리는 생활의 경험을 통하여 ’적당함‘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동양적 미덕인 ’중용의 도‘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극단적인 것, 그래서 확 ’튀는‘ 것들에 쉽게 혹하기 쉽다. 대개의 경우 진실은 극단이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닐까. 미국에는 정말 뚱뚱한 사람들이 많다. 우리 나라에서 보는 살찌고 배나온 사람 정도는 이곳에서는 거의 표준(?)에 가깝고, 발 디딜 때마다 쿵쿵거리고 땅이 울릴 것만 같은, 걸어 다니는 것 자체가 신기해 보이는 공룡 같은 체구의 사람들을 숱하게 볼 수 있다. 날씬한 체격을…
-
과로사 – 보이지 않는 공포
어느 진료실에서 벌어지는 낮익은 한 장면. “뒷목이 뻣뻣해지고요, 눈도 피곤하고, 속이 갑갑한 게 소화도 안되고요, 허리도 아프고, 뭐 안 아픈 데가 없어요. 그리고 피곤해 죽겠어요. 아무 의욕도 없구요.” “요즘 과로하셨습니까?” “과로야 항상 하지요. 근데 검사 결과는 이상 없나요?” “별 이상은 없고요, 좀 푹 쉬시는 게 좋겠는데요.” “아유! 쉬긴 어떻게 쉬어요! 무슨 좋은 영양제 주사 같은 거 없을까요?” 한국인의 노동 시간이 세계 최장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한 시장조사회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은 주당 평균 55.1 시간을 일해 세계 평균치인 44.6 시간보다 10시간 이상 더 일한다는 것이다. (한겨레 2001년 6월 6일자 보도) 놀랄 일은 아니다. 한국인은 정말로 근면성실한 국민이다. 사실 일벌레로 소문난 것은 일본인들이고, 과로사라는 것을 서양 의학계에 처음으로…
-
게으른 이들을 위한 해결책
‘드러 누워서 물 가져다 달라고 소리지르지 말고, 직접 냉장고 가서 꺼내 먹어라.’ ‘집안 청소 좀 해라.’ ‘마당이라도 좀 쓸어라.’ ‘TV를 보더라도 드러눕지 말고 똑바로 앉아서 봐라.’ … 이게 다 무슨 소리인가? 매우 낯익은 풍경인 것 같기도 하다. 어느 일요일 오후, 중년의 샐러리맨은 소파에 축 늘어져서 리모트 콘트롤을 벗삼아 가끔씩 졸아가며 TV 스포츠 중계를 보고 있고, 이따금씩 저 멀리서 아련히 들려 오는 마누라의 잔소리…? 천만에! 그게 아니다. 이는 미국 심장 협회 (American Heart Association)의 심장질환 예방을 위한 운동에 대한 권고 사항이다! (믿을 수가 없다고요? http://www.americanheart.org/Health/Lifestyle/Physical_Activity/DayActiv.html 을 보시기 바랍니다.) 운동이 몸에 과연 좋습니까? 이런 어리석은 질문은 할 필요가 없다.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의사나 스포츠의학 전문가일 필요도 전혀 없다. 세상에 누구라도 운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