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 걱정 없는 식사

건강을 지키는 데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고도 당연한 일이지만, 막상 어떻게 먹는 것이 건강해지는 길이냐 하는 질문을 던진다면 그 질문은 참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된다. 간단히 매스컴과 인터넷을 조금 둘러보기만 해도 ‘무엇엔가 좋다는 무언가’를 끝없이 만나게 되고, 그걸 따라가다 보면 곧 정보의 홍수 속에 익사하기 직전 상태까지 쉽게 도달하고야 말 것이다.

왜 세상에 그렇게도 몸에 좋다는 게 많은 것일까, 왜 이렇게 수도 없이 많은 다이어트 방법이 있는 것일까, 어떤 식사가 건강한 식사인지에 대해서 어째서 그렇게 말들이 많고 다 조금씩 다르게, 어떨 때는 정반대의 얘기를 하는 것일까. 필자의 생각에 이건 결론은 하나 밖에 없다. ‘유일한 정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좀 오래 전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일이 2001년 플로리다주 올란도에서 열렸던 미국심장학회에서의 애트킨(Atkin)과 오니쉬(Ornish) 라는 두 사람의 대결(?) 장면이다. 애트킨 박사라는 사람은 탄수화물, 특히 정제된 설탕 등이 비만의 주범이라고 주장하면서 놀랍게도 탄수화물의 섭취를 제한하는 고단백·고지방식이 건강에, 특히 체중 조절에 좋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면 우리 몸이 저장되어 있는 지방을 태우기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고기를 실컷 먹으면서 살을 뺀다고 해서 우리 나라에도 유행했던 소위 ‘황제 다이어트’의 원조라고 할 수 있겠다. 반면 Ornish 박사라는 인물은 지방 섭취를 고도로 제한하고 탄수화물 섭취의 비중을 높인 식사를 함으로써 심장질환 예방의 효과를 거두고 심지어 기존의 심장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까지 있다고 주장하면서 Atkins 박사의 ‘천적’으로 자처하고 나섰었다.

청중을 구름같이 끌어 모았던 이 두 사람의 흥미진진한 대결은 당시 현장에서는 청산유수 달변의 오니쉬 박사가 어눌한 말투의 백발노인 애트킨 박사를 압도하였지만, 애트킨 다이어트는 대중적으로 상당히 인기를 끌고 체중조절 다이어트 중 상당한 위치를 차지할 정도이니 무시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렇게 상반된 것 같은 주장이 난무하는데 딱히 어느 쪽이 맞고 틀리는지 딱 부러지게 얘기하기는 참 곤란하다는 상황을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만 할까. 결국 유일한 정답이 있다는 생각부터 바꿔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몸에 좋은 건강한 식사가 되기 위해선 개인의 취향이나 생활 패턴 뿐 아니라 그가 속한 사회의 일반적인 음식 문화를 다 고려하여야만 한다. 미국에서 심장병 예방을 위해서 권고하는 식사내용 중 보통 과도한 지방섭취, 특히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 강조점으로 들어가는데, 사실 우리나라 사람의 기준으로 보면 평균적으로는 그 권고안보다도 오히려 적게 지방을 섭취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아, 그대로 그 권고안을 따르다 보면 지방 섭취를 더 해야 하는 것인 것 하는 의문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흔히 얘기하는 것 중 하나가 ‘서구적인 식사를 하다 보니까 심장병도 늘고 암도 늘어나고…’ 이런 말인데 그 서구적인 식사란 게 도대체 뭘까? 고기를 많이 먹는 것? 고기를 많이 먹으면 정말 건강에 나쁜가? 육식 외에는 먹을래야 별로 먹을 것도 변변치 않은 알라스카의 이누이트 족은 그럼 다 심장병으로 죽는가?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비교적 낮은 쪽이다. 물론 ‘세계화’ 덕분에 얘기가 점점 복잡해지고 있는데, 이누이트에게도 냉장고를 판다는 우스개 소리가 점점 진담이 되어가고 있을 정도로 그들의 생활도 보통의 미국 사람들처럼 점점 바뀌고 있어서 그런지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도 많이 들린다. 세계화란 것에서 ‘세계’는 진정한 지구 전체가 아니고 대개 서구 강대국을 뜻하며 그 세계를 따라간다는 것은 장점만이 아니라 나쁜 점도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타깝게도 영어 배우라고 어학 연수 보냈더니 영어로 욕하는 것부터 배우는 애들처럼, 좋은 것 빼고 나쁜 것만 먼저 배우는 일도 많다.

한편, 한국의 전통적인 식사는 어떤가? 전통적인 한식은 육식을 특별히 배제하고 있지는 않은 반면 심장병 예방 측면에서는 상당히 균형 잡힌 이로운 식사라는 것이 대개의 전문가들의 견해인 것 같다. 그럼, 전통적인 한식을 추구하기만 하면 심장병 걱정은 없는가? 물론 그렇진 않다. 동맥경화와 심장병이란 것이 먹는 것 한가지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문제는 다 빼고라도 우리가 먹을 것을 어떻게 얻는가를 생각해보자. 일단 너무나 쉽다. 굶어 죽을 정도로 가난한 것만 아니라면, 다시 말해 약간의 돈만 있으면 우리는 아주 쉽게, 거의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서도 고칼로리의 음식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심지어 싸구려 음식일수록 오히려 고칼로리인 경향마저 있다!) 만약 야생에 홀로 남겨진 상태라면 어떠하겠는가, 겨우 허기를 채울 정도의 먹을 것을 손에 넣으려면 얼마나 숲과 들판을 헤매고 다녀야만 할 것인지. 굶어 죽지 않는 것만 해도 쉽지 않을 그런 상황에서 아마도 비만이란 것은 사치스러운 꿈 같은 얘기가 될 것이다.

헌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음식을 얻기 위해 거의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는 현대 사회에선 아무리 몸에 좋다 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너무 많이 먹고 몸은 안 움직이면서 뱃살이 불어나기 시작한다면 결코 건강한 식사라 하기 어렵다.

필자는 일단 어떻게 먹어야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도식적이고 간단한 몇 가지 ‘수칙’을 제공하지는 않으려 한다. 유감스럽게도 문제가 그리 간단치는 않은 것 같다. 우리 문화와 정서에 비교적 잘 부합된다고 할 수 있는 전통적인 한식을 출발점으로 하되 그 장점을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 나가면서, 현대 사회에서 (그것도 소위 ‘세계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식사 습관을 유지해 나갈 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단지 먹는 것만을 놓고 고민하기 보다는 개인의 전체적인 생활 습관은 어떠한지, 또 나아가서 그것을 받쳐줄 사회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고민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2014.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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