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2006년 David Russel 내한 공연 후기: ‘노래가 된다!’

David Russel – ‘노래가 된다!’

1. Giuliani, Grande Ouverture, Op 61
2. Da Milano, 4 Fantisies
3. Granados, Valses Poeticos
4. K. Mertz, Hungarian Fantasy
5. Dowland
Lachrimae Pavan
Queen Elazabeth Galliard
Semper Dowland, Semper Dolens
Dowland’s Galliard
6. Haug, Prelude, Tiento et Toccata
7.  E. Sojo, 5 Pieces from Veneauela
(Encore)

  1. B. Mangore, Una Limosna por el Amor de Dios
  2. Malats, Serenata Espanola

2004년 러셀의 공연을 보았다면, 엔간한 돌부처가 아니고서는 그의 탁월한 예술성에 감명받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물경 네 곡의 앵콜로 청중들을 빈사상태로 몰고 갔었던 그 기억에 이번 러셀의 공연에는 단단히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을 터.

러셀은 영국에서 (글래스고)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스페인에서 보낸 이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는 독창적인 아름다움은 항상 여러 문화가 충돌하는 곳에서 솟아나는 것이 아닐까.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보라!) 러셀은 뻬뻬 로메로만큼 스페니쉬하지만, 거기서 느끼함을 살짝 빼고, 브림만큼 브리티쉬하지만 그보다 살짝 정열적인, (비유가 적절한지 태클거는 분도 있을 듯하지만… 대충…) 그런 기타리스트가 아닐까. 그 절묘하게 ‘간이 딱 맞음’은 확실히 그는 스페인의 혼을 지닌 영국인이기 때문일 듯하다.

2년 전 공연에서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보겠다고 오른쪽 앞 쪽 자리를 예약했었으나,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정도의 큰 공연장에서 마이크를 사용할 것에 대해 암 생각도 못하고, 연주하는 사람은 왼쪽에 보이는데 소리는 오른쪽 앞 스피커에서 나오는 황당한 상황에 처했던 경험을 살려, 이번엔 2층의 맨 앞줄 한 가운데다. 매우 만족스러웠다. ㅋㅋㅋ…

첫 곡은 익숙한 줄리아니의 대서곡… 필자는 야마시타의 파괴적인 연주의 인상이 너무 강해 다른 연주자의 연주가 밋밋해져 버린 황당한 느낌을 지금도 가지고 있지만, 러셀은 충분히 우아한 아름다움과 함께 힘도 갖춘 연주를 들려 주었다. 그렇지만, 그냥 좀 가볍게 준비운동을 한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

두 번째 Milano의 환상곡은 물론 무식한 필자로선 모르는 곡이라… 류트곡으로 르네상스 분위기 물씬…

그라나도스의 시적인 왈츠는 러셀의 연주로 듣는다면 최상일 수 밖에 없는 레파토리일 것이다. 필자의 소견으론 러셀이 초강세를 보이는 레파토리는 역시 스페니쉬, 그리고 로맨틱 레파토리, 그리고 바리오스 등이 아닐까 싶다.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듯하는 탱글탱글 매력 만점의 음색에, 아름답게 노래하듯, 물 흐르듯 유려한 그의 연주 스타일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레파토리가 있을까. 그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연주였다. 이거 하나만 해도 본전 다 뽑았다. ^^

이어지는 메르츠의 헝거리 환상곡 역시 그의 모든 것을 보여줄 레파토리임에 분명하다. 정말 멋졌다는 말 외엔 할 말이 별로 없을 정도지만, 하여간에 꿈 같은 시간이 흘러간 것을 아쉬워하면서 열심히 박수를 보낼 밖에. 커튼 콜을 받기에 충분한 연주였다.

휴식 후 다울랜드의 네 곡 모음은 영국의 음악이다. 스페인의 혼을 지닌 영국인의 영국적인 면모? 완급과 분위기가 대조적인 곡들을 엮어 배열한 세심함이 돋보였다.

개인적으론 Haug의 곡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는데, 그것은, 이 낯설고 상당히 복잡하고 난해한 현대곡을 러셀은 ‘노래하듯이’ 연주하는 것이었다. 맙소사! 러셀은 현대곡에서도 ‘노래가 된다’! 엔간해선 쉽사리 이해하고 따라가기 힘든 현대곡들은 기타 리싸이틀에선 거의 쉬어가는 코너, 자칫하면 비싼 자장가가 되버리고 만다. 그런데, 러셀은 그런 레파토리로 노래를 한다. 이럴 수도 있구나! 러셀이란 연주자와 현대곡에 대한 인식이 동시에 새로와지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곡은 베네수엘라 음악. 베네수엘라 레파토리라면 라우로 정도 말곤 잘 모르지만, 정열과 활기참, 풍부한 멜로디로 가득찬 라틴 음악의 매력은 아주 러셀의 스타일로 정말 멋지게 살아났다.

감동먹은, 그러나 아직도 배가 고픈 청중들의 열화 같은 앵콜에 보답하여 바리오스의 ‘최후의 트레몰로’ (원 제목의 뜻 좀 누가 알려주세요!)… 청중들은 얼어 붙은 듯 음악에 빠져든다. 눈물이 똑 떨어질 듯한 감동의 연주. 러셀의 여러 레코딩 중에서도 단연 최고 중의 하나라 할 ‘Music of Barrios’의 그 영롱한 아름다움을 여기서 실연으로 들은 수 있었던 것은 최고의 경험이었다.

두 번째의 앵콜, Malats의 스페인 소야곡에 청중들의 장탄식이 새어나온다. 화려한 연주. 아… 아쉽지만 거기서 앵콜은 끝…

정말로 ‘노래가 되는’ 기타리스트, 러셀. 음 하나 하나에 매력이 옹골차게 꽉 들어찬 소리를 들려주는 그는 진정한 예술가로 불리워 손색이 없지 않을까. 두 번씩이나 그의 공연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큰 기쁨이지만, 또 기회가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다시 달려오게 될 것 같다.

2006.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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