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라이브: Jimi Hendrix – Live at Woodstock

Jimi Hendrix: vocals, guitar
Larry Lee: guitar
Billy Cox: bass, background vocals
Mitch Mitchell: drums
Juma Sultan, Jerry Velez: percussion

https://youtu.be/ezI1uya213I

Jimi Hendrix – National Anthem U.S.A (Woodstock 1969)
미국 국가를 확실하게 ‘조져버린다’. 인터뷰에서는, “뭐? 좋잖아? ㅎㅎ”

Counter-culture라는 말을 많이들 한다. 필자는 이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는 문화 평론가가 전혀 아니지만, 흔히 얘기되는 60년대 말-70년대 초의 counter-culture의 상징에 대해서는 몇가지 줏어 섬길 수는 있다. 청바지 등 허접한 차림새, 장발, – 머리띠까지 하면 제격이다 – 히피, 반전(反戰)주의, 락큰롤, 포크 뮤직, 그리고… LSD, 마리화나, 등등… 그리고, 이 counter-culture의 상징격인 인물을 들라면 누구를 들 수 있을까? 밥 딜런? 존 바에즈? 제니스 죠플린? 뭐 다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지미 헨드릭스를 빼놓을 수는 없다. 게다가 이 지미 헨드릭스가 60년대 말 counter-culture를 상징하는 역사적 이벤트, 우드스턱 페스티벌의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으니, 그 공연을 감상하는 것은 상당한 문화 행사(?)가 아닐까.

흔히 ‘3대 기타리스트’ (아시죠? 너무 뻔한 얘기지만 락음악에 별 관심 갖지 않았던 분들이 이글을 혹시 읽을 지도 모른다는 노파심에서… 에릭 클랩튼, 지미 페이지, 제프 벡.) 운운하지만, 실은 지미 헨드릭스를 포함하여 4대 기타리스트여야 마땅할 것이다. 그가 28세라는 참으로 아까운 나이에 요절하지만 않았다면 다른 3대 기타리스트에 못지 않은 신화와 전설을 쌓아 올렸으리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그가 남겨놓고 간 음악들만 가지고 보아도 4대 기타리스트라고 하는 것이 분명 정당하다고 본다. 그저 죽은 놈만 억울하지…

Counter-culture의 상징 인물 답게 그는 나머지 3대 기타리스트와는 몇가지 다른 삐딱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데, 역시 생각나는대로 줏어섬겨보자.

1. 나머지 세 영국인과는 달리 미국 출신이다. (사실은 영국으로 건너가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긴 했지만)

2. 왼손잡이다. 그런데, 왼손잡이용 기타를 쓰는 것이 아니라 오른손 잡이용 보통 기타에 줄을 거꾸로 매어 친다.

3. 나머지 세 백인과는 달리 흑인이다. (거기에다 체로키 인디언의 피가 섞였다고 한다.)

4. 나머지 세명이 못 하는 (안 하는?) 비장의 초식들이 몇 있는데, 머리 위로 들고 치기, 등 뒤로 돌려 치기는 그렇다 치고, 가장 엽기적인 것은 바로 ‘이빨로 기타 줄 뜯기’!

등등…

이 앨범은 1969년 Woodstock 페스티벌에 등장한 지미헨드릭스의 공연 실황을 담은 음반이다. 이것이 그의 최고의 라이브라고 하기에는 다소 엇갈리는 의견들이 있을 것도 같다. 여기서의 그의 연주가 뛰어나지 않다는 뜻은 아니어서, 그의 연주는 듣는 이를 완전히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미치 미첼과 빌리 콕스는 (그들은 사실 매우 뛰어난 드러머와 베이시스트임에도 불구하고) 현란한 단독 드리블로 마구 치고 나가는 스트라이커를 미처 따라잡아 받쳐주지 못해 허둥대는 같은 편 공격수들의 형상이고, 래리 리라고 이름이 올려져 있는 다른 기타리스트의 연주는 필자가 듣기에는 이 앨범 전체를 통해서 아주 가끔가다가 한번 씩이나 들리는 것 같고, 심지어 두명의 퍼큐셔니스트의 소리는 아무리 귀지를 후비고 들어보려 해도 들을 길이 없다. (들린다고 마음의 귀를 뜨고 들으면 들리는 것 같기도…) 마이크를 설치하는 걸 까먹은 걸까?

하긴, 우드스턱 페스티벌이 완벽하게 잘 짜여진 공연이라서 그토록 유명한 것은 사실 아님을 아는 사람은 안다. 오히려 정반대로, 사상 최대의 아수라장을 연출했기 때문에 유명하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때까지의 콘서트의 규모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엄청난 군중이 운집했고 (좀 뻥이 섞인 건지는 모르겠는데 50만이라고까지 한다.) 그들은 뭐 대체로 평화롭기야 했겠지만 약에 취해 해롱거리는 자들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고, 게다가 비바람이 몰아치고, 교통은 두절되고, 먹을 것도 부족하고… 거기에 모인 사람들이나, 무대에 오른 사람들이나, 주최측이나 제정신인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까? 심지어 출연 예정이었던 Iron Butterfly 같은 그룹은 현장에 나타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Iron Butterfly 측은 헬기를 기다렸지만 (도로 교통이 완전 마비되었던 당시 상황에서 유일한 교통 수단) 안 왔다, 주최측은 보냈는데 무슨 소리냐 하고 서로 딴소리를 해댔다는 후문이다.

헨드릭스의 ‘완벽한’ 라이브를 듣고 싶으면 ‘Band of Gypsies’를 들어야 할 것이며, 그가 왜 위대한 뮤지션인가를 진지하게 탐구(?)해보고 싶다면 ‘Are You Experienced?’나 ‘Electric Ladyland’ 같은 정규 스튜디오 앨범들을 들어봐야 할 것이고, 그저 ‘이 친구가 그렇게 대단하다는데 한번 들어나 볼까?’ 라고 생각한다면 많은 베스트 앨범들 중 하나를 고르면 될 것이다. 그럼, 이 앨범은 뭐에다 쓰는가? 그래도 들어볼 만은 하다. 헨드릭스의 뛰어난 연주를 어느 정도 들어보았고, 뭔가 좀 더 화끈한 거 없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 이 앨범을 들어봐야 할 것이다. 헨드릭스는 밴드의 다른 멤버들과 청중이 따라오거나 말거나 그저 무아의 경지에서 끝간데 없이 날아오른다. 정말 갈데까지 가보자고 작심한 모양이다.

필자가 듣기에는 공연의 후반부 Voodoo Child – Star Spangled Banner – Purple Haze로 이어지는 약 20여분의 메들리는 정말 미친 라이브, 절정의 순간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Voodoo Child (Slight Return)’에서 매우 긴 애들립을 들려주는데 기타가 낼 수 있는 모든 소리를 들려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기(神技)’ 내지는 ‘천의무봉’ 정도로 묘사해야만 할 것 같은 신들린 연주이다.

이어서 그 유명한 ‘Star Spangled Banner’가 이어지는데, 잘 아시겠지만 바로 미국 국가이다. 전율스러운 피드백 주법으로 미국 국가를 철저히 유린한다. 우리 나라에서 애국가를 이렇게 연주하다가는…

(너무 난잡한 글이 되는 것 같지만, 모르는 분도 있을 것 같아 ‘피드백 주법’에 대해 약간의 각주를 달도록 하겠다.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스피커 방향으로 돌려서 ‘삑’하는 굉음을 내어 동료들의 원성을 사는 선수들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피드백이다. 기타의 전면을 앰프 가까이 가져가면 앰프의 소리가 기타의 픽업으로 다시 들어가면서 피드백 현상이 발생하고, 이를 적절히 조절하면 한없이 소리가 길게 이어지도록 할 수도 있고 (Santana의 ‘Europa’, Gary Moore의 ‘Parisienne Walkways’) 그 단계를 넘어서면 ‘howling’이 생기면서 다양한 ‘굉음’이 나게 된다. 헨드릭스는 피드백 주법을 매우 즐겨 구사했는데, 당연히 당대 최고수라고 해야할 것이고, 반헬렌 같은 후대의 기타리스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Star Spangled Banner’에서는 마치 전투기가 폭격 또는 기관총을 난사하는 듯한 거친 소리를 내고 있다. 베트남전에 항의하는 반전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인 듯 하다.

이 역사적인 지미 헨드릭스의 우드스턱 공연 실황은 ‘라면 먹고 들어주기는 힘이 부치는’ 앨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불꽃같은 연주를 듣는 즐거움을 이미 아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그가 어디까지 가건, 무슨 기상천외의 연주를 들려주던, 기꺼이 따라가볼 준비가 되어 있는 그의 팬이라면 충분히 매료될 법한 음반이다.

2001.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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