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의 고통에 대하여: 논문 출간

‘Experience of suffering in patients with hypertension: a qualitative analysis of in-depth interview of patients in a university hospital in Seoul, Republic of Korea’ 라는 제목의 논문이 출간되었습니다.

상당히 오래 전에 해 놓았던 고혈압 환자들의 심층인터뷰를 분석한 논문으로 BMJ Open 에 출간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이라고 하면 환자가 특별히 고통을 겪는 질환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게 (특히 의료인들 입장에서는) 보통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환자들이 나름의 고통을 겪으며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는 게 이 논문의 요점입니다.

물론 그 고통의 정도라는 것이 말기 암이라든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한 심부전 등과 같은 중한 병을 가진 환자들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 고통이라는 것이 병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병에 대한 부적절한 인식, 병에 대한 적절한 교육의 부족에 기인한 불안감, 사회의 편견 등에 의해 사실은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이라면, 그건 중요한 문제가 되겠지요.

재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출간한 질적연구(qualitative analysis) 논문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의학 연구라고 하면 으레 양적연구(quantitative analysis), 즉 통계적 기법에 의한 분석을 적용한 논문만을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세상 모든 것이 숫자로 환원될 수는 없는 것이죠. 인간의 고통을 어떻게 숫자로 바꾸겠습니까? 굳이 바꾸려 한다면 억지가 되겠지요.

‘양적연구는 평균(mean)을 구하고, 질적연구는 의미(meaning) 을 찾는다’는 말이 있더군요. 공교롭게도 영어로는 mean 은 숫자들의 평균이고, meaning 은 ‘의미’를 뜻하니 재미난 댓구가 됩니다.

의대에서는 거의 전적으로 양적연구만을 가르치고 질적연구를 가르치지 않는 게 보통입니다. 저도 사실상 독학으로 질적연구를 공부했지요. 많은 의사, 의학자들이 양적연구가 바로 과학이고 질적연구는 과학이 아니고 적당히 ‘썰’을 푸는 것 정도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배워본 적이 없으니 알지 못하고, 자기가 모르는 것은 일단 무시하고 보는, 고약한 편견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인간과 마주쳐야만 하는 의학에서 숫자로 모든 것을 해석하고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오직 양적연구만이 과학의 방법이라는 편견에서 좀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 더 많이 배우고 정진해야겠지요!

Citation

Sung J, Paik Y

Experience of suffering in patients with hypertension: a qualitative analysis of in-depth interview of patients in a university hospital in Seoul, Republic of Korea

BMJ Open 2022;12:e064443. doi: 10.1136/bmjopen-2022-064443

다음 링크에서 원문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 BMJ 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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