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라는 악기는 유난히 듀오가 아름다운 악기입니다. 두 대의 피아노, 두 대의 바이올린, 두 대의 첼로… 이게 흔한 조합일까요. 아마도 아니겠지요. 하지만 두대의 기타는 각각의 합을 넘어서는 아름다운 조화를 흔히 보여줍니다. 쟝르 불문하고 기타 듀오로서 최고의 순간을 보여주는 몇 장면들을 모아봤습니다.
Mark Knopfler & Chet Atkins (Secret Policeman’s Third Ball 1987)
‘I’ll see you in my dreams’ and ‘Imagine’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 치고 쳇 앳킨스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 할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엄청나죠. 아마 마크 노플러도 마찬가지 일 것 같습니다. 넥타이 맨 어르신(?)이 쳇 앳킨스 (이미 고인이 되심), 그보다 젋지만 머리 숱은 더 적은 사람이 마크 노플러. 위대한 선배에 대한 존경과 탁월한 후배의 연주에 절로 떠오르는 흐믓한 미소가 오고가는 훈훈한 듀엣 무대.
Eagles Hotel California (Don Felder, Joe Walsh)
이 너무너무나도 유명한 불후의 명곡은 특히 마지막의 그 기타 솔로로 유명하죠. 잠깐… 솔로? 아닙니다. 두 사람이 연주했지요. 멋들어지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최고의 기타 듀오입니다. 오리지널 라인업의 연주로, 더블넥 기타를 연주하는 돈 펠더, 두건을 쓴 껄렁한 표정의 기타리스트가 죠 월쉬. 설명이 필요 없는 명곡에, 별 대단한 테크닉을 쓰지 않고도 무지무지한 속주가 들어가지 않고도 최고의 기타 연주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명 연주.
Larry Carlton & Lee Ritenour At Newport Jazz Festival 1995 playing “L.A. Underground
퓨전 재즈 계열의 두 거장이 뭉쳤습니다. 리 릿나워는 ‘캡틴 핑거스’라는 별명으로 불리운다죠. 래리 칼튼도 그와 쌍벽을 이루는 손가락 대장입니다. 둘 다 수 없이 많은 명반에 세션 기타리스트로서 참여하여 이름을 올렸고, 각각 솔로로서도 훌륭한 음악을 많이 만들어 냈는데, 여기서는 둘이 멋진 조화를 이룹니다. 반바지 입은 세미 솔리드 기타 연주하는 사람이 리 릿나워, 솔리드 깁슨 기타 연주하는 사람이 래리 칼튼, 전자는 더 재즈 쪽에 가깝고, 후자는 락 쪽으로 조금 더 기우는 경향을 보이죠.
Paco de Lucía & Al Di Meola – Mediterranean Sundance
플래멩코 기타의 거장과 퓨전재즈 기타의 거장이 만나 벌이는 살벌(?)한 어쿠스틱 기타 배틀. 두 사람 모두 미친 속주 엔진(빠르면서도 너무나 깔끔한)을 장착한 최정상급 테크니션들인 만큼, 그야말로 불꽃튀는 대접전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기관총 난사하듯 엄청난 애드립을 쏟아내면서도 두 사람 모두 대수롭지 않다는 듯 평온한 얼굴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 보기에 왼쪽에 시원한 앞이마의 어르신이 파코데 루치아 (명복을 빕니다), 오른쪽 안경쓴 사람이 알 디 메올라.
Julian Bream & John Williams, Fernando Sor opus 54
순위를 메긴다는 건 물론 무의미하지만, 이 엄청난 기타 듀오들 중에서도, 세기의 기타 듀오로 줄리언 브림과 존 윌리엄스를 꼽고 싶습니다. 물론 그냥 주관적인 의견. 보기에 왼쪽의 머리가 휑한 분 (오늘 왜 이리 탈모인들이 많이 등장 하시는지… ㅠㅠ) 이 줄리언 브림, 화려하고 감정 풍부한 색채감이 느껴지는 연주를 들려주고, 오른쪽의 존 윌리엄스는 다소 무뚝뚝한 느낌이지만 담백하면서도 뚝심있고 힘있는 연주를 들려주는데… 두 사람의 뚜렷한 개성이 완벽하게 아름다운 조화를 이룹니다. 이런 천상의 소리를 만들어 내는 기타 듀오를 과연 다시 만나게 될 수가 있을까요?
자자, 그만 입닥하고 그냥 음악이나 감상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