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프로들의 음악을 듣고 감탄하고 감동하고 즐거워합니다. 음악을 감상하고 즐기는 것은 사실은 누구라도 그렇게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반면에 아마추어로서 스스로 음악을 한다는 것의 즐거움은 사실 소수만이 경험하는 특권입니다. 그 취미라는게… ‘심심해서 한 번 해 봤어’ 라는 게 사실 그렇게 뚝딱 쉽게 되는 것이 아니어서, 하잘 것 없는 수준의 성취를 위해서 상당히 많은 수고를 들여야만 하고, 그 덧없어 보이는 수고를 엄청 들인 끝의 결과물은 사실 남들이 보기엔 그냥 허접한 정도인 경우가 많아서, 그저 옆에서 보기엔 뭐하러 저 짓을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겠지요. 그리고 심지어 그걸 위한 연습 과정에서 가족이나 이웃들에게 상당한 민폐(!)를 끼치기도 합니다. 계속 똑같은 곳에서 똑같이 틀리는 연주를 들어 주는 것은 정말 진절머리 나는 일이겠지요. ^^;;;;;
그래도, 아마추어들의 노력은 때로 경이롭고 눈물겹고 감동적이기도 합니다. 세가지 인상적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Flying High Again (Ozzy cover, all guitars are me)
TruthSurge 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인기 유투버이신데, 뭐하는 어르신 (사실 나이도 잘 짐작을 못하겠으나 젊은이는 분명 아닌 듯하여…)이신지 잘 모르겠으나, 기타 연주 실력이 아주 대단합니다. (근데 다른 영상들을 보면 놀랍게도 기타만 잘 치는 게 아니라 노래도 무지 잘하심. 엄청난 고난도 보컬도 커버하신다) 산타클로스가 메탈 음악하시는 것 같은 모양새이지만 연주는 전혀 우습지 않습니다. 프로뮤지션 출신(선출?)이신지도 모르겠으나 하여튼 심심해서 녹음해본 것 같은 분위기 치고는 장난이 아닌 엄청난 연주.
Bohemian Rhapsody on Boomwhackers!
이건 도대체 무어라 말로 설명을 할 수가 없고, 일단 한 번 보셔야 합니다. ‘심심해서 해 본’ 게 틀림 없어 보이는데, 그게 좀… 아주 많이 심심했던 모양입니다. 그냥 심심해서 해 본 거 치곤 너무 쓸 데 없이 고퀄에다가, 이게 뭐라고 도대체 이렇게까지 했나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잉여력 충만한 퍼포먼스. (그 중 본좌급으로 인정)
Sing Sing Sing – スウィングガ?ルズ Suwingu G?ruzu
‘스윙걸스’라는 2004년 일본 영화의 한 장면. ‘망가’를 영화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일본 코메디 영화로 뭐 그저 그런 영화라 볼 수도 있지만, 풋풋한 청춘들이 귀여운 ‘잉여력’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영 별볼일 없던 낙제생 소녀들이 난데없이 스윙 재즈에 꽂히면서 우여곡절 끝에 빅밴드를 만든다는… 실제 배우들이 몇달만에 악기를 배워서 연주했다고 하고, 영화에서 연주도 아마추어 수준의 연주에 불과하지만, 마지막 공연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발장단을 칠 수 밖에 없도록 정말로 신명나는 한판을 벌입니다. 만화적 세계관 속의 모습이긴 하지만, 프로 수준의 완벽한 연주여야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잘 보여주기도 하고, 또 음악으로 무슨 엄청난 일을 하지 않아도, 심각하게 예술혼을 불사르지 않아도, 그냥 되는대로 해보고 즐거웠으면 그것으로 되었다, 라고 하는 아마추어리즘에 설득되어 문득 흐믓한 아빠 미소를 짓게 되는 영화입니다. 그냥 심심해서 해봤는 데 재밌네! 스윙 재즈의 위력, 아마추어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