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ric Clapton Touring Band
Eric Clapton (guitar / vocals)
Doyle Bramhall III (guitar / vocals)
Derek Trucks (guitar)
Willie Weeks (bass)
Steve Jordan (drums)
Chrisopher Stainton (keyboards)
Timothy Carmon (keyboards / vocals)
Michelle John (vocals)
Sharon White (vocals)
기타의 신, 슬로우 핸드, 브리티쉬 락의 산 역사, 세계 3대 기타리스트…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참 다양하기도 하다. 락 음악에 관심이 있거나, – 아니, 그저 팝에 관심이 있기만 하더라도 – 또는 기타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기회를 그저 흘려 버린다는 것은 매우 참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공연장까지 차를 몰고 간 것은 실책이었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차의 행렬은 완전 엉망으로 길게 뒤엉켜 있었다. 간신히 차를 돌려 공연장인 올림픽 공원 체조 경기장의 반대편 쪽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평화의 문쪽 주차장에는 쉽게 차를 댈 수 있었다. 대신에 공연장까지 한참을 바쁜 걸음을 재촉해야만 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공연장 안은 뒤늦게 도착해서 자리를 찾으려는 사람들로 매우 혼잡했고 공연 시작 시간을 한참을 넘겨서 환호성을 받으며 에릭 클랩튼은 ‘Tell the truth’로 공연을 시작하였다. 한참 동안 눈 앞을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 때문에 좀처럼 집중을 할 수가 없었지만, 하여간에 열기는 서서히 달아 오르고 있었다.
한국의 올드(?) 팬을 배려한 것인지, 혹은 이번 투어의 컨셉인지, Derek & Dominos 시절의 곡이 많이 연주되었다. 다 기억 나지는 않는데, “Nobody knows you when you’re down and out’, ‘Tell the truth’, ‘Why does love got to be so sad’, ‘Have you ever loved a women’, ‘Got to get better in a little while’, 그리고 물론, ‘Layla’. 그 밖의 곡들로는 ‘Motherless children’, ‘Wonderful tonight’, 과 제목이 잘 생각나지 않는 언플러그드 곡들 두셋…
사이드맨들의 기량 또한 출중하였는데, 보컬도 가끔 들려주었던 기타리스트 Doyle Bramhall III 은 희안하게도 오른손잡이 기타를 연주하는 왼손잡이 기타리스트였다. 놀랍게도 줄을 바꿔끼우지 않은채 ‘거꾸로’ 연주하는 것이 아닌가. 대형 화면과 망원경으로 번갈아 확인했는데, 분명 고음현이 위에 있고 저음현이 아래쪽에 있는 채로 거꾸로 연주를 하는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하고 있었다. 아마 기타를 처음 배울 시절에 왼손잡이용 기타를 마련할 수가 없었던 것일지… ^^;;;;
또 한명의 기타리스트 Derek Truck는 주로 바틀넥을 이용한 슬라이드 기타 연주를 많이 들려 주었고 핑커 피킹을 구사하였다.
점점 열기를 더해가던 공연장은 ‘Wonderful tonight’에 이어 Layla의 그 유명한 리프가 흘러나오자 광란의 도가니로 일순 돌변하고, 전 객석 스탠딩 모드로 전환! 전반부의 기타들의 절규가 잦아들면서 아름다운 피아노 멜로디와 함께 서정적인 후반부로 반전되는 부분에선 콧날이 시큰할 지경이었다.
Layla를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고 들어가버리지만 관중들이 그를 어찌 그냥 보낼 것인가, 끝없는 환호성 끝이 다시 무대로 등장, ‘Cocaine’ 으로 다시 한번 공연장을 뒤집어 놓았다. 객석을 꽉 메운 청중들이 목이 터져라 ‘코케~~인~~!’ 을 외치는 진귀한 풍경이 벌어진다. 대한민국에서 마약 이름을 이렇게 목이 터져라 외쳐 불러도 되나 잘 모르겠지만… ^^;;; 한때 마약과 알코올 중독으로 폐인 지경에 이르렀다가 천신만고 끝에 헤어나올 수 있었던 에릭은 마약 및 알코올 중독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센터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니 오해는 말지어다.
두 번째 앵콜로 그 유명한 ‘Crossroad’! 아! 필자는 단연코, 확신을 가지고, Cream 시절의 명반 ‘Wheels of fire’ 에 수록된 이 곡의 기타 솔로 연주는 락의 역사상 가장 탁월했던 기타 솔로라고 주장하고 싶다. 그도 훗날 어느 인터뷰에서, ‘그날은 뭔가 이상했고, 다시는 그렇게 연주 못한다’ 고 했을 정도로 믿을 수 없도록 강렬했던 그 연주! (과연, 그 앨범처럼 연주하지는 않았다. ^^;;;;)
젊은 시절만큼 공격적인 연주를 들려줄 수는 없겠지만, 그의 음악은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원숙함과 짙은 블루스의 향취로 가득 차 있었고, 블루스라는 음악의 원래 용도가 그러하였듯 (블루스란 음악은 흑인 노예들의 신세 한탄이 아니었던가!) 세상의 온갖 풍상에 지치고 찌그러진 이들의 아프고 쓰라린 마음을 달래주는 힘이 담겨 있었다. 어느덧 환갑을 넘긴 그를 다시 볼 기회가 과연 있을까? 그의 공연의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흡족한 저녁이었다.
2007.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