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ger style 기타리스트의 공연으론 첨 가봤네요. 사실 잘 몰랐었는데 동영상으로 보니 너무 기가 막히게 잘해서 한번 보고 싶었습니다.
백암 아트홀이라고 삼성역 근처의 대충 어림짐작으로 400여석 쯤 될 듯한 홀이네요. 완전~~! 꽉 찼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니만, 토미 아저씨 등장하는데 함성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분명 광팬들이 왕창 오신 듯 합니다.
아, 넘넘 잘합니다. 기타 연주도 짱이지만 다리 떨기도 달인입니다. ^^;;; 물론 픽업 달고 앰프로 소리내는데 사운드 정말 잘 잡은 것 같습니다. 아주 듣기 좋고, 클래식 기타와는 또 다른 스틸 스트링 기타의 강력한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더군요. 강한 어택과 신나게 달리고 절묘하게 꺽어대는 예리한 리듬감, 긴 여운과 영롱한 음색… 통기타 만져본지 정말 오래되었는데 문득 꺼내서 쳐보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곡명은 무식해가지고 잘 모릅니다. 엄지에 피크 끼고 다른 손가락과 함께 스리핑거 반주와 멜로디를 동시에 소화해 내니 도대체 우찌 저럴 수 있는지 이해가 잘 안갑니다. 옥타브 하모닉스로 엄청 빠른 아르페지오를 해댑니다. 이것도 우찌 하는지 이해가 잘 안가고… 망원경이라도 가져올 걸… T_T 곧 이어 나오는 멜로디가 Over the rainbow 입니다. 객석에서 신음소리가 나오고… 흐… 롤랑 디옹이 문득 생각나네요.
케냐에 사는 자기가 후원하는 어린이를 만나보고 작곡했다는 사연 얘기와 함께 몸바사(??)라는 곡을 연주합니다. 낮익은 멜로디… 이거였군… 하는데, 나중엔 마구마구 퍼커시브를 해댑니다. 여기 저기 기타의 구석구석 골고루 두드리네요. 손으로 두드리다 못해 재즈 드러머들이 많이 쓰는 브러쉬로도 두드리고 긁고… 비싼 기타일텐데..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기타 앞판이 닳아서 허옇게 된 이유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나중엔 양복 깃에 달린 단추로 두드리기까지 합니다. 곡을 끝내자 공연장은 완전 광란의 도가니탕입니다. 기립 박수를 뒤로하고 휴식시간…
2부엔 블루스 내음이 펄펄 나는 곡과, 엄청난 속주를 들려주는 기교적인 곡과, 분위기있는 차분한 뉴에이지 스타일 곡들이 섞여 나옵니다. 관객들이 무쟈게 열광을 하다보니 토미 아저씨도 제대로 필을 받은 듯. 관객들의 박수 장단이 멋지다면서 관객과 연주자가 서로 박수를 보내는 진풍경도 벌어집니다. 잘 알려진 클래식칼 개스(?)인가 하는 곡, 동영상으로 보면서도 감탄스러웠는데, 엄청나게 신나게 질주하는 연주를 들려줍니다.
공연 끝에는 별도의 소형 앰프와 앞쪽의 모니터 스피커까지 활용해가면서 피드백까지 구사합니다. 핑거스타일 연주자의 콘서트에서 피드백 주법을 듣다니 저로선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거의 충격적입니다. 에코 딜레이를 활용해서 환상적이고 웅장한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역시 때리고 두드리고 긁고 문지르고, 퍼커시브 110% 활용. 퍼커시브는 정말 핑거 스타일의 대세인가봅니다. 관객들 완전 뻑 가버립니다.
전원 기립 박수입니다. 앵콜을 한 번 밖에 안했는데, 이미 본 공연 시간이 상당히 길어서 그리한 것 같습니다. ‘네이버 핑거스타일 카페에 감사’ 한다네요. 오호, 그게 광팬들의 정체였군요. 본인 기타들을 바리바리 짊어지고 온 광팬들께서 사인을 받을 요량으로 장사진들을 치는 걸 보면서 빠져나왔습니다.
스틸 스트링 핑거스타일의 막강한 파워를 여실히 보여주는 아주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클래식 기타에도 저런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줄 정도의 강력한 힘이 있다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토미 형님의 광팬이 되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
2005.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