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KXatvzWAzLU
Mike Oldfield – ‘Tubular Bells’ (1973)
Mike Oldfield: Grand Piano, Glokenspiel, Farfisa Organ, Bass Guitar, Electric Guitar, Speed Guitar, Taped motor drive amplifier organ chord, Mandolin-like Guitar, Fuzz Guitars, Assorted Percussion, Acoustic Guitar, Flageolet, Honky Tonk, Lowrey Organ, Tubular Bells, Farfisa Organ, Concert Tympani, Guitars sounding like Bagpipes, Piltdown Man, Hammond Organ, Spanish Guitar, Moribund Chorus
제가 아는 어떤 분이 언젠가 어줍지 않은 영화평론가들을 비웃으면서 했던 말이 문득 기억난다.
“할 말 없을 때 툭하면 ‘인간 내면의 갈등’ 어쩌고 하던데, 웃기지 말라고 그래. 인간 내면의 갈등 아닌 게 어딨냐? ‘애마 부인’도 인간 내면의 갈등을 그린 영화겠네?”
‘애마부인’, 인간 내면의 갈등을 그린 영화 맞지 않나? 뭐 하여간, ‘인간 내면’이라는 말 참 아무데나 갖다 붙히기 겁나는 엄청난 말이다. 하지만 필자, 이 Mike Oldfield의 ‘Tubular bells’라는 앨범을 듣고서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인간 내면의 모든 것을 응축시켜 보여주는 불후의 걸작”
이라고 어줍잖게 얘기할 수 밖에. 달리 할 말이 없거든.
1973년, 천재라는 호칭이 전혀 아깝지 않은, 영국 출신의 천재 뮤지션 마이크 올드필드는 그의 나이 불과 20세에 이 엄청난 대작을 만들었다. 앨범 전체가 한 곡이며 1부 2부로 나뉘어져 각각 20여분의 길이를 가지고 있다. (LP로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누었으리라. 짐작컨대, 그때 CD가 있었다면 그냥 죽 이어진 한곡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플류트와 코러스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 자신이 직접 그랜드 피아노에서 기타에 이르기까지 (물론 tubular bells 포함해서 – 이건 악기 이름이다. 알고 계셨다고요?) 위에 열거한 20여가지의 악기를 연주하였고 약 2000 여번의 (여기에는 다른 의견들도 있는 듯 하다. 일설에 의하면 불과 2-3주 정도의 기간에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작업이 이루어졌다고도 한다.) 오버더빙 세션을 거쳐 만들어진 소위 ‘원맨 밴드’ 앨범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장르를 나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해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음악이 있고 장르가 있는 것이지 장르가 있고 음악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흔히 우리는 어떤 음악을 들으면 손쉽게 우리가 아는 어떤 유형에 끼워맞추려고 한다. Thrash metal이니, techno니, hip hop이니 하면서 그 음악을 완전히 파악해버렸다고 의기양양하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이 Tubular bells만큼은 그런 우리의 습관을 여지없이 좌절시킨다.
여기에는 마이크 올드필드라는 한 천재가 알고 있는 모든 음악들, – 락, 클래식, 포크, 블루스, 기타 생각나는대로 몽땅 – 그리고 거기에 스며있는 인간의 희노애락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하고 미묘하고 섬세한 그 모든 것들, 그야말로 인간 내면의 모습 모든 것이 용광로처럼 한데 녹아들어 조용히 달아 오르며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마이크 올드필드의 내밀한 음악 세계를 비추는 거울일 뿐 아니라 듣는 이 자신의 내면 세계를 비추어주는 거울이기도 한 것이다.
듣는 이를 조용히 사로잡으면서 끝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마치 ‘네 마음 속에 숨은 은밀한 비밀을 보여 줄께’ 하고 속삭이는 듯한 도입부 주제를 중심 축으로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후반부에 단조로운 베이스 독주에서부터 시작해서 한가지 한가지 악기들을 불러내어 마침내 웅장한 합주를 벌이는 ‘Part 1’은, 우리의 심경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오래 남는 여운을 선사한다. ‘Part 2’가 다소 일관성을 잃고 방황하면서 밋밋하게 들리는 것은 일부 날카로운 비평가들이 지적하는 흠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Part 1’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는 탓이기도 할 것이다.
Virgin 레코드가 내 놓은 첫번째 음반인 이 앨범은 원맨 밴드 앨범으로서 전무후무한 명작일 뿐 아니라, 대중 음악 전체로 보아서도 불후의 걸작으로 지금껏 찬사를 받고 있다. 만일 클래식만이 ‘진짜’ 음악 다운 음악이라며 대중 음악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 이 앨범부터 들어본 다음 얘기해보라고 하고 싶다. 대중 음악이라는 게 도대체 뭔지 다시 한 번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영화 ‘엑소시스트’의 주제 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어쩌다 그랬는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마이크 올드필드 자신이 원했던 일은 아니었던 모양인지 이를 허락한 것을 무척 후회했다고 전해진다. 나름 호러물 장르 중에서는 유명한 작품으로 꼽히고 있는 영화이니 호러 영화 팬들에게는 좀 미안한 얘기지만, 솔직히 얘기하자면 필자도 진심으로 ‘음악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마아크 올드필드 공식 웹사이트: http://mikeoldfieldoffici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