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zzy Osbourne – ‘Blizzard of Ozz’ (1981)

https://youtu.be/H-PQeWJ2ZC8

기괴하고 암울한 사운드로 헤비메탈 락 역사를 새로이 쓴 명밴드 Black Sabbath, 그 간판 역활을 하다가 방출된 막강한 카리스마의 보컬리스트 Ozzy Osbourne은 그의 솔로 활동을 받쳐줄 밴드 구성에 부심하던 차, – 그의 표현대로 – ‘fucking amazing’, 즉, ‘ㅈㄴ 끝내주는’ 기타리스트와 운명의 조우를 하게 된다. Quiet Riot에서 활동했던 Randy Rhoads가 바로 그인데, 그들의 만남에 대해서, 오디션하러 와서는 연주를 들어보기도 전에 밴드에서 받아들였다느니 하는 거짓말 같은 일화들도 무성하다. 하여간에, Ozzy Osbourne이 그를 만나서 정말 ‘물만난 고기’가 된 것은 여기 이 헤비메탈 락의 필청 음반 중 하나라고 해야 할 ‘Blizzard of Ozz’를 들어보면 너무나도 분명하다.

사실 말이지 Ozzy를 보컬리스트로서의 기술적인 면에서만 평가한다면 어느 모로 보나 당대의 내로라 할만한 특급 보컬리스트들보다는 한수 아래라고 보아야 솔직한 평가일 것이다. 로버트 플랜트(Led Zeppelin)의 중금속성 목소리, 그리고 넓은 음역과 끈끈한 블루스 필링, 이언 길런(Deep Purple)의 귀곡성(?)을 방불케 하는 샤우팅 창법, Black Sabbath에서 그의 후임이 된 로니 제임스 디오와 같은 굵직하고 힘이 넘치는 목소리, 그도 저도 아니면 프레디 머큐리 (Queen) 같은 야릇(?)한 목소리 (그도 넓은 음역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보컬리스트이다), 등등과 비교해 보면 Ozzy의 목소리는 무척 빈약하고 음역도 그리 넓지 않으며 ‘개성적인 목소리’이긴 하지만 그다지 내세울 것이 없어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헌데, 그 정도의 목소리를 가지고 이만한 성공을 거둔 보컬리스트도 없고, 락 음악에 이만큼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일은 전무후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별볼일’ 아니, ‘별들을일’ 없는 보컬로서 이런 대단한 성공을 거둔 보컬리스트라면, 글쎄… 필자로서는 정말 떠오르지 않는다. Dire Straits의 Mark Knopfler는 어떨까? 목소리 같지도 않은 컬컬한 목소리에 밥 딜런 풍으로 중얼거리는 보컬로 일세를 풍미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Mark Knopfler 같은 경우는 보컬리스트일 뿐 아니라 뛰어난 기타리스트이면서 상당히 ‘비전형적’인 락커인 듯 싶고, ‘메인 스트림’ (락 음악에도 이런 말을 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에서 ‘한소리’ 했던 보컬리스트들 중에는 Ozzy는 확실히 좀 쳐진다. 그런데도 역대 최고의 보컬리스트를 꼽아보라고 한다면 그는 분명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뮤지션이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그는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독특한 개성이 있지만 동시에 약점도 많은 그의 목소리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효과적으로 이용할 것인지를 치밀하게 계산하고, 거기에 신비스럽고 마술적이면서 암울하고 기괴한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감으로써 강력한 카리스마를 구축한 것이었다. Black Sabbath에서 명성을 쌓아올린 그가 이제 혼자 강호에 던져졌고, 그가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날개’가 필요했다. 투수에게는 포수가 필요하고, 광어회를 먹으려면 와사비 간장이, 와인에는 치즈 안주가 있어야 한다. Ozzy에게 필요한 건 무엇이었을까?

당연히… ‘기타리스트’ 였다. 헤비메탈 밴드에게 있어서 기타리스트의 역량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때로는 기타리스트의 역량이 그 밴드의 거의 모든 것이기까지 하다. (Yngwie Malmsteen을 보라!) Black Sabbath의 Tommy Iomi는 나름대로 수준급의 기타리스트이기는 했지만, 초특급 기타리스트라 하기는 좀 부족했었다. 이제, 솔로로 시작해야 하는 Ozzy는 분명 그저 그런 기타리스트에 만족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ㅈㄴ 잘치는 넘’이 간절히 필요했을 것이다.

Randy Rhoads는 정말 ‘ㅈㄴ 잘친다’. 동시대의 기타 혁명을 일으켰다고 칭송받는 Eddie Van Halen에 비교할만한 초절기교는 참으로 감탄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를 감히 흉내내기 힘든 것은 현란한 테크닉때문 만이 아니다. 곡의 분위기를 절묘하게 살리는 탁월한 톤 메이킹,그 특유의 두툼하고 강력한 힘이 실린 음색과 적절히 오버더빙을 구사해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가히 천재적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또, 클래식 음악적인 요소를 도입한 (마이너 스케일 어쩌구 저쩌구… 무식해도 말많은 필자이지만, 안타깝게도 무어라 더 지껄일 말이 없다.) 그의 독창적인 솔로 패턴은 후세의 기타리스트들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말이 필요 없다.  동영상을 보라! 본 앨범에 실린 ‘Crazy train’ 같은 곡은 그를 전세계 ‘기타 키드’의 우상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얼마나 많고 많은 기타 키드들이 이곡을 흉내내 보겠다고 덤벼들었는지! 그리고, Randy의 연주를 듣고 한껏 높아진 그들의 귀는 그들 스스로를 좌절과 환멸의 늪으로 몰아 넣었다! ‘낙원표 기타’에 ‘짝퉁 앰프’로 가당키나 한 일인가. 쯧쯔…

이 보물단지 같은 기타리스트를 만난 Ozzy는 화룡점정, 날개를 단듯 훨훨 날아오른다. 완벽한 ‘chemistry’란 이런 걸 보고 하는 말일 것이다. Randy의 기타 연주와 Ozzy의 보컬은 너무나도 완벽하게 어울리면서 서로를 상승시키고 있다. 세상 인연이란 것에는 서로를 살려주는 인연도있고 원수가 되는 인연도 있는데, 이렇게 서로를 한껏 높혀 주는 인연이란 것도 정말 흔치 않으리라. 이들이 서로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음은 물어보나마나일 것이다. 이들은 곧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불행은 너무나도 빨리 찾아왔다. 전작에 못지 않게 훌륭한 두번째 앨범 ‘Diary of Mad Man’을 발표한 뒤, Randy Rhoads는 비행기 사고로 허망하게도 세상을 등지게 된다. 1982년, 그의 나이 불과 26세였다. 평소 비행기라면 질색을 하던 그였지만, 그날따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투어를 같이 하던 동료가 운전하는 경비행기에 올랐다가 변을 당한 것이었다. Ozzy는 그때 낮잠을 자고 있었다고 하는데, 후일 ‘내가 깨어 있었다면 분명 같이 탔었을 것이다’라고 악몽같았던 그때를 회고했다고 전해진다.

제발 끊어 버리고 싶어도 쉽게 끊기지 않는 악연도 있는데, 이렇게 좋은 인연은 순식간에 허무하게 끊어져 버리기도 하고, 참, 사는 게 뭔지…

Ozzy Osbourne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같은 비극이었겠지만, 이 비극적인 사건은 Randy Rhoads를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로 만들었다. 그리고 꽃다운 나이에 그 탁월한 재능을 채 다 꽃피우지도 못하고 스러져간 그를 생각하면 안쓰러운 일이지만, 그가 있음으로 해서 가능했던 헤비메탈의 불후의 명반 ‘Blizzard of Ozz’를 즐길 수 있음은 참으로 큰 즐거움이다.

20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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