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건강의 적

필자는 인턴과 레지던트 시절 어느 시립 병원에 여러 차례 파견을 나가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시립 병원에서만 볼 수 있는 것으로 ‘행려 병동’에서의 경험이었다. 연고자가 없고 일정한 거처가 없는 병자들이 입원해 있는 곳이다. 밤에 응급실을 지키고 있으려면 의식불명의 환자를 경찰차가 실어다 놓고는 가버리곤 한다. 그가 도대체 무슨 사연으로 길거리에 쓰려져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또 뭐라고 말해줄 사람도 없으니, 병력 청취고 뭐고 할 수가 없어 차트에는 쓸 말이 없다. ‘경찰이 길에 쓰러져 있는 것을 데려옴’, 이 한 줄이 고작이다. 필자가 결혼이란 것을 그저 ‘남들 다 하니까 하는 것’ 이상의 것으로, 즉 결혼을 해야만 하는

네가 히포크라테스를 알어?

의료문제가 쟁점으로 불거져 나올 때마다 가장 빈번하게 인용되는 한 옛 인물이 있다. 모든 사람이 이 사람의 이름을 들먹이고 있고 요즈음은 시절이 하 수상한지라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이 인물은 많이 인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흔히 잘못 인용되고 있다. 그는 다름 아닌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이다. 요즈음 누구나 한마디씩 입에 올리는 것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이하 ‘선서‘)이다. 그런데, 워낙에 일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는지라 이 ’선서‘를 말하는 사람들은 거의 하나같이 의사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목적으로 ’선서‘를 끌어다 붙이고 있으며 의사들은 그를 입에 올리는 적이 좀처럼 없다. 과연 그 ‘선서’란 게 무엇이길래 그렇게 너나할 것 없이 – 필자를 포함하여 – 한마디씩 하는 것인가. 좀 길어지는 게 문제지만 독자

파쇼는 물러가라?

작년 11월 30일, 전국의 의사들이 서울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의약분업으로 말미암아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된 개원의들이 주축이 되어 가진 이 성토대회는 의사들도 이렇게 한데 모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을 뿐 아니라 의사들이 처한 위기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필자는 의약분업이나 의사들의 주장에 대해서 말하고자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다. 이날의 집회로 인해 필자에게 든 조금 다른 생각을 쓰고자 시작한 것이다. 이날 집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많은 의사들이 하루 내지는 반나절을 휴진하였다. 사실 상의 짧은 시한부 파업을 한 것이었다. (물론 파업을 하노라고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필자는 이것을 보고 그날 저녁의 뉴스 보도가 어떠할 것인지 너무도 분명하게 그려지는 것을 보고

누구를 위한 경쟁인가?

자연계에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한다고들 한다. 느리고 힘없는 놈들은 늘상 자기보다 강한 놈에게 당하고 잡아 먹히기 마련이고 이것은 너무나 엄연한 현실이어서 사자가 갑자기 얼룩말에게 “우리 이제부터 친하게 지내자”라고 하는 상황은 영영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긴 뭐 ‘라이온 킹’이나 (사실 보지는 않았음) 좀 옛날 만화지만 ‘흰 사자 레오’ 같은 만화에 보면 사자가 온 동물들을 다 지켜주는 것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혹시는 깡패가 시장 상인들에게서 상납을 받고 다른 깡패들로부터의 보호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은유는 아닐까? 육식 동물이 초식 동물을 잡아먹는 먹이 사슬과는 약간 다른 것이기는 하지만 적자 생존과 자연도태라고 하는 것도 엄연히 존재하는 자연의 법칙이다. 다윈의 진화론이 세상을 뒤흔들어 놓은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 이

식도하부괄약근에 대한 고찰

의사들이란 족속 중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대인관계에 있어서 폭이 좁은 경우가 많아서 주로 접촉하는 사람은 (환자들을 제외한다면) 같은 동료 의사 내지는 의료 관계 종사자들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의사 내지는 그 비슷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 아닌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는 화제의 빈곤을 경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글쎄, 필자의 경우를 너무 확대하여 의사들 전체를 깎아 내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필자 역시 비록 발이 특별히 넓은 사람도 아니고 사교적인 사람도 아니라 일부러 그런 경우를 만드는 경우는 좀처럼 없지만, 혹시나 그런 경우가 생기면 비의료인들이 의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탐지해보려고 속으로 애쓰는 편이다. 많지 않은 기회나마 의사의 실상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