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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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혈압 – 한번 약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면서요?

    고혈압이 ‘침묵의 살인자‘라는 섬뜩한 별명을 가지게 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고혈압은 별다른 증상이 없어 혈압을 측정해보기 전에는 잘 알 수 없는 반면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했을 때는 뇌졸중, 심부전, 신부전, 협심증, 심근경색 등의 심각한 질환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1970년대 미국 국립보건원은 대중들이 고혈압의 심각성에 대해 깨닫도록 하기 위한 광범위한 캠페인을 한 결과 고혈압 인지율 (고혈압인 사람이 스스로가 고혈압임을 인지하고 있는 비율) 을 51%에서 73%로 끌어올리는 괄목할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계속된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90년대에 이 인지율은 68%에 머물렀고, 치료를 받는 사람은 불과 절반 정도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였다. 우리나라의 인지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일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는 사실 놀랄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어딘가 불편하고 아파야 의사를 찾기 마련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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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이 아픈가, 마음이 아픈가?

    필자가 의사 노릇을 하면서 매일 매일 하는 일 중의 하나는 환자가 자기 어디가 어떻게 불편하다고 하는 걸 들어주는 일이다. 백사람이면 백사람이 조금씩 다른 뭔가를 호소하고 있는 걸 듣노라면 참 다양하기도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솔직하게 한가지만 고백하건대, 필자는 그들이 이야기하는 증상 중에서 원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좋을 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셋에 하나도 안 되는 것 같다. 아니, 도대체, 의사라는 작자가 어떻게 뻔뻔하게 그런 소리를… 그러고도 벌어먹고 살 수 있다는 건가…? 하지만, 사실이 그러한 것을 어찌할까. 필자는 필자 뿐 아니라 다른 많은 (다는 아닐지 모르지만) 의사들도 그러하리라고 생각한다. 많은 환자들이 의사한테 자기의 온갖 고통을 호소해도 의사가 들은 척 만 척 무시한다고 화를 내지만, 필자는 그것은 의사가 매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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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죽을 것인가?

    최근 한 종교단체가 ‘복제 아기’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하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것이 사실로 과연 검증이 될 것인지, 사기극으로 끝날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이 원고가 지면에 실릴 때쯤에는 또 다른 결과가 나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 단체가 ‘인류의 영생을 위해서’ 인간 복제를 한다고 주장하고 나아가서는 ‘인간의 기억까지 복제해서 복제된 인간의 뇌에 이식’하겠다는 공상과학소설 수준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은 이들의 진실성을 의심케 한다. 우선, 제발 상식 이하의 논쟁은 집어치우자. 인간복제를 막아야 된다는 사람들 중에는 ‘히틀러가 되살아 날 수도 있다’는 식으로 겁주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지만, 이것은 실은 인간 복제가 인류 영생의 길이라고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한심스러운 헛소리에 불과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유전적으로 같으면 정말 똑같은 인간이 되는지. 유전적으로는 동일한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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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이 즐거우면 인생은 천국!

    직업이란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는 먹고사는 방편이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즐거움과 보람을 주는가 하면 미숙한 인간을 성숙시키기도 한다. 헌데 이것은 때로는 환멸과 괴로움의 원천이기도 하고 지긋지긋한 만성 피로와 권태로움의 원인이기도 하면서, 심지어는 한 인간의 몸과 마음을 철저히 망가뜨리기까지 한다. 노동이란 아름다운 것이라고 하는데, 일하지 않는 인간이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하는데, 인간에게 있어서 직업이란, 일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일이 즐거우면 인생은 천국’이라고 했다. 정말 그렇겠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이 세상이 과연 천국인지? 일이란 게 즐거운 것이라면 과연 이런 말이 유명해질 수나 있었겠는지? 조금만 뒤집어보면 아주 지독스런 역설에다가 심술궂기 짝이 없는 신랄한 풍자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왜 이럴까? 왜 일이란 것은 지겹고 고된 것일까? 그런데, 한편에서는 이 지겨운 일을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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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하다고 말하긴 어려워

    흘러간 팝송 중에 “Hard to say I’m sorry”라는 노래도 있고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라는 팝송도 있다. “Thank you”는 밥먹듯이 하는 서양 사람들도 미안하다는 말은 하기 힘든 걸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의사가 환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일은 무척 드물다는 것이다. 사실 의사로서 환자에게 그런 말을 하기는 매우 힘들고 난처하다. 의사의 실수는 곧 환자의 불행이고 보면 입을 떼기가 참으로 천근만근인 것이다. 필자는 무척이나 깜빡하기를 잘 하는 사람이라 환자를 보면서 크고 작은 실수를 수도 없이 했었다. 다행히도 그 대부분은 크지 않은 ‘보이지 않는’ 실수여서 그럭저럭 넘길 수 있었지만 실은 환자에게 미안한 일도 많았다. 이제는 제법 여러 해 전의 일이 되어버린 레지던트 시절, 병동에서 입원환자들을 일차적으로 담당하는 주치의로서 맡은 환자를…